젊은이들의 출산·결혼에 대한 생각
젊은이들의 출산·결혼에 대한 생각
  • 김학실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3.01.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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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
김학실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김학실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백약이 무효’라는 속담이 가장 잘 맞는 정책은 저출생(저출산은 인구감소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성차별적 요소가 담겨있어 저출생으로 변경하자는 의미)정책이 아닐까?
 우리 정부가 저출생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다양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지 어느덧 20여년이 되어 간다.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던 2006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3명이었다. 한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 필요한 2.1명의 대체출산율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렇게 가다간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붕괴가능성이 높은 국가가 될 것이다. 그나마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감소하였으니 머스크의 말이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동안 저출생과 관련하여 사용된 예산만 해도 2006년 2.1조원(정부예산)에서 2021년에는 46.7조원(지방자치단체 매칭기금 포함)으로 증가하였고, 누적예산은 300조 이상이다. 예산이 증가하여도 정책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정책은 구체적인 대상과 목표를 정하여 추진하는데 저출생 정책의 주요 대상인 20대들의 저출생정책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2022년 결혼인식에 대한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고령자와 젊은 층, 여성과 남성이 결혼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여성보다는 남성이 혼인감소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반면, 18-29세의 여성은 오직 27%만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고딩엄빠’나 혼자 키우는 미혼모, 미혼부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혼인을 통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인식이 강한 한국사회를 고려할 때, 혼인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약화는 저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필자의 대학원이나 학부 수업시간에도 확인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 늘 결혼과 저출생 정책에 대해 질문을 하는데, 학생들 중에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숫자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공무원에 관심이 많은 학과의 특성(행정학과)뿐 아니라 공직이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일·가정 양립이 잘 이루어지고, 육아휴직이 보장되며,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정되어, 대부분의 학생이 공무원에 대한 열망이 높아 거의 모든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이러한 현상도 시들해지고 있다.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대부분의 저출생 정책들이 결혼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거나 결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데 이들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즉,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러면 왜 20대들은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다시 한국리서치 조사로 돌아가면 내집마련 등 결혼비용증가, 자녀양육출산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외에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가치관 확산이 중요한 순위에 올랐다. 우리가 그동안 중점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던 자녀출산과 양육 시 지원제도는 다음 순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수업 중에 학생들이 말했던 이야기와 동일하다.
 흔히들 돈 들여서 고칠 수 있는 것은 가장 해결하기 쉬운 문제라고 말한다. 돈을 들여도 고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가치관과 인식의 변화’이다. 우리 사회가 저출생이 가져올 다양한 문제로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노동생산성 저하, 경제성장 둔화, 사회보장지출 증가, 그로 인한 국가재정 악화와 같은 위기의식을 가져도, 20대들이 갖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한계가 있다. 설령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미 무너진 인구구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근에 우리 사회는 청년정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청년들이 정치영역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20대 청년들의 참여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 얼마나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였는지는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이제라도 그들을 정책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당사자로서 참여를 보장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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