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애국하려고 아들·딸 낳아 기르나요? 아이 낳는 일, 마음이 결정한거죠”
“누가 애국하려고 아들·딸 낳아 기르나요? 아이 낳는 일, 마음이 결정한거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1.19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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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저출생시대 다둥이 가정을 응원합니다

합계출산율 0.81명. 안정적 인구 유지로 한 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합계출산율 2.1명은 고사하고 미국(1.6명), 일본(1.3명)견줘도 훨씬 낮다.

이미 한국은 ‘자연소멸 단계’로 한참 진입한 상황이다. 그러나 출산의 전제인 결혼조차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게 요즘 우리사회의 가치관이자 인식이다. 자녀 출산과 양육에 대한 부담, 불가능해 보이는 내집마련 등 사회적 제반요건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럼에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출산과 양육의 부담, 삶의 고충에 대한 ‘생각’보다는 생명과 가족애를 향한 ‘마음’으로 다자녀를 둔 가정이 의외로 많다.

충청타임즈의 계묘년 신년기획 <다둥이가정을 응원합니다>에 소개된 다둥이 아홉 가정을 특집으로 꾸몄다.

 

청주 오성탁·최봉란 부부 6남매
청주 오성탁·최봉란 부부 6남매

군에 입대한 후 미래의 아이에게 이름을 짓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는 오성탁씨. 그때 지은 이름이 ‘늘밝은해, 늘사랑, 늘감사, 늘겸손, 늘새론’이다. 당시 지었던 이름은 다섯 자녀의 이름이 되었다. 결혼하면 독수리 5형제처럼 다섯명의 자녀를 낳을 것이라고 했던 그가 독수리 5형제를 넘어 6형제를 낳았다. 이제 8개월 된 막내딸은 ‘늘편안’으로 이름 지었다. 한명 한명 한글로 된 아이들의 이름 속에는 이들 부부의 삶의 철학이 소중한 보석처럼 박혀있다.


 

청주 이명옥·오영만 부부 8남매
청주 이명옥·오영만 부부 8남매

농사지으며 팔 남매를 키운 이명옥 이장. 딸 일곱 낳고 낳은 막내아들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한방에서 자고 한 밥상에서 밥을 먹고 자란 아이들. 특별하지 않게 키웠지만, 자립심 강한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대가족이 한 달에 한 번 정해놓고 만나는데 8남매 모두 결혼하면 40년 넘게 아이들 키우며 살아온 집도 비좁지 않을까 싶다. 많은 형제로 질릴 법도 한데 딸들은 의논할 언니 동생이 많아 너무 좋단다. 사연 많은 결혼 생활이지만 아이들을 통해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단다.

 

청주 홍국희·신이정 부부 5남매
청주 홍국희·신이정 부부 5남매

다자녀를 둔 사람을 흔히 애국자라고 말한다. 인구절벽의 위기감을 드러낸 말이지만 다자녀 부모에겐 불편한 말이다. 다자녀 부모의 마음과 다르게 배려 없이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애국하려고 아이를 낳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종교인도 아니고 애국자도 아닙니다. 사회가 여유로워져야 아이를 낳는데 우리나라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사회구조입니다. 선진국의 복지정책을 확대해야만 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생생히 들려주었다.

 

청주 김광래·전정주 부부 5자매
청주 김광래·전정주 부부 5자매

딸부자 아빠 김광래씨. 다섯 딸 중 둘은 결혼했지만, 막내딸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갈 나이지만 막내 덕분에 젊은 아빠로 살고 있다. “마흔넷에 막내를 낳았어요. 아내가 막내를 낳고 나서는 옷도 젊은 취향으로 사주더라고요. 아내나 나나 막내딸의 라이프사이클이 맞춰 살다 보니 젊은 아빠로 살게 되어 좋습니다.” 다둥이가정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그리 많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데 부담 갖지 않도록 통 큰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청주 김봉수·성명자 부부 4남매
청주 김봉수·성명자 부부 4남매

아들 딸 모두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는 김봉수씨. 가족 카톡방에서 서로서로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모두 모여 가족회의도 연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부모지만 아이를 통해 세상과 만나는 것도 축복이다. “가족은 영원합니다. 가정은 지상의 천국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행복하잖아요.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가정에서 성공하지 않으면 성공한 게 아니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아이들이 행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음성 윤수일·문은정 부부 5남매
음성 윤수일·문은정 부부 5남매

올해처럼 토끼해였던 지난 2011년 음성군 금왕읍에 사는 윤수일(51)·문은정(43)씨 부부가 네쌍둥이 영·웅·호 걸(태영, 태웅, 태호, 태걸) 4형제를 탄생시켜 세간의 이목을 끈 적이 있다. 올해로 11살이 되는 영·웅·호·걸 4둥이. 이들 네쌍둥이는 현재 연예인과 제빵사, 축구선수를 꿈꾸는 건강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으로 훌쩍 자랐다. 그 사이 4둥이에게는 예쁘고 귀여운 여동생 서은(9)이까지 생겼다. 윤수일씨 부부의 새해 바람은 오로지 하나다. 다섯 아이들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뿐이다.

 

진천 유후재·김정옥 부부 6남매
진천 유후재·김정옥 부부 6남매

제8대 진천군의원을 역임한 이력이 있는 유후재 씨.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유 전 의원의 6남매 출산은 지역사회 ‘경사’나 다름없다. 출산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6남매가 선물처럼 내려왔다는 이 부부. 육아비용이 적지 않게 들지만 아나바다 운동,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의 도움으로 아이들을 살뜰히 키워나가고 있다. 아이들과 복작거리며 함께하는 일상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부부에게 6남매는 ‘사는 재미’다.



 

증평 강영종·임현정 부부 5남매
증평 강영종·임현정 부부 5남매

증평군 지역 13특임여단 상사로 복무 중인 강영종 씨와 임현정 부부는 올해 45살 동갑내기로 슬하 다섯 남매를 두고 있다. 강씨 부부의 아낌없는 응원 속에 올곧게 자라고 있는 다섯 아이들은 취미도 꿈도 제각기다. 큰 아들 대호와 둘째 인호는 프로야구선수를 꿈꾼다. 아빠를 쏙 빼닮은 연우는 그림에 소질을 보이고 있다. 넷째 수호와 막내 운호는 그런 형들과 누나를 의지하고 따른다. “다섯 남매가 서로 보듬고 의지하며 형제애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강씨 부부는 아이들이 이런 아이들이 숨길 수 없을 만큼 대견하다.

 

영동 이광호·이소영 부부 6남매
영동 이광호·이소영 부부 6남매

충북 남단 영동군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상촌면의 한 농장에서 둥지를 튼 이광호·이소영 부부는 6남매를 키우고 있다. 아들 셋을 내리 낳고 더 이상 출산을 접기로 했지만 딸을 갖고 싶은 마음에 넷째를 봤고, 첫딸에 반한 광호씨의 딸사랑이 다섯째와 여섯째로 이어졌다. 아들 셋을 키울 때 고된 육아에 몇차례나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한 이씨. 그런데도 출산을 피하지 않은 이유를 이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주는 기쁨이 양육의 고충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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