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원칙과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인사 원칙과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1.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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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청주시가 지난 1일과 9일 5급 이상 간부 23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작년 7월 첫 인사는 전임 한범덕 시장의 의중이 일부 반영된 반쪽짜리였다면 이번 인사는 온전한 `이범석표'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우수 직원들을 중용했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5명의 행정직 사무관 승진에서 16번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직 내부에서는 `16번의 기적'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인사는 시정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이자 메시지라는 점에서 공무원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인사의 기준과 원칙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동안 청주시의 인사 시스템은 독특했다. 2014년 7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면서 인사 시 청주시 출신과 청원군 출신 직원들을 서로 안배해 배치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상생발전방안에 따라 한 지역이 차별받지 않도록 인사명부를 청주, 청원 출신별로 따로 관리한 것이다. 청주시 출신에서 발생한 승진요인은 청주시 출신이, 청원군 출신에서 발생하면 청원군 출신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 소위 계통인사 체계였다. 이 인사시스템은 작년 상반기에 끝났다.

이런 인사시스템에도 청주시와 청원군 공무원들은 `물리적' 결합은 됐지만 `화학적' 결합은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인사때마다 눈치보기와 치열한 경쟁으로 잡음을 낳았다. 특정 학맥이나 지연에 치우친 인사가 많았다는 곱지 않은 평가로 인사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인사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사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어떠어떠한 공무원이 승진할 수 있다는 기준을 분명히 해야 원칙 있는 인사를 하고 공직 내부에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철저한 능력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해 놓고 왜 이런 인사를 했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공무원들은 답답해 한다. 물론 시장이 생각하는 기준이 있고, 고르고 골라 승진 인사를 했을 테지만 승진 기준을 공직 내부에 천명하고 납득받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깜짝 발탁 인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승진 인사를 두고 공직 내부가 술렁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먼저 승진 기준이 뭔지 아리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설령 그런게 있었다 해도 충격 요법이었을 거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어떻게 일해야 승진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공무원들 역시 많았다.

이범석 시장이 일과 성과 중심의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누누히 밝힌 만큼 직무중심 조직 만들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인사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직원들이 좀더 공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파격에 치우친 면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능력주의'에 따라 사심 없이 인사를 했더라도 공무원들이 불안해하면 이를 풀어주는 것 또한 시장의 역할이다. 인사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직 구성원의 업무 태도나 몸가짐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인사는 곧 만사(萬事)이기 때문이다. 차제에 인사 평가 시스템을 정비해 공감 받는 인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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