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절정
겨울의 절정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01.1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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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이 무렵이 절기상 대한(大寒)이다. 24절기가 매년 반복되고 또 태양의 움직임에 맞춘 절기는 양력으로 세니, 1월이 24절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기의 시작은 2월 초순의 입춘이다. 매년 1월 20일경 돌아오는 지금의 절기 대한은 24절기의 마지막이다.

겨울의 시작은 지난 11월 입동(立冬)이었다. 지금 우리는 입동에서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을 거쳐 겨울의 가장 깊은 곳 대한까지 와 있다. 대한은 큰 추위라는 뜻이지만 그건 절기의 기준이 된 중국 화북 지방의 경우고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르다. 대한이가 소한네 집에 갔다 얼어 죽었다거나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거나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처럼 강추위 소한에 비해 대한 추위는 조금 누그러진다. 그러나 여전히 겨울은 겨울, 대한도 춥긴 춥다. 바야흐로 겨울의 절정이 지금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가장 추운 때인 것은 맞지만 한편 이제 남은 것은 따뜻해질 일뿐이라는 것도 기정 사실이다. 절정은 맨 꼭대기, 최고의 경지, 최고조에 이른 단계 등 가장 높은 위치를 이르는 말이다. 절정의 다음은 더 높은 곳일까? 아니다. 절정의 다음은 꼭대기나 최고의 경지에서 내려오고, 최고조에 이른 단계가 마무리 되는 등 낮아지고 풀리고 내려오는 것으로 이어진다. 무언가가 절정에 있다는 것은 이제 다음은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 아버지 손웅정씨는 지난달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는 `내 아들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며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이유인즉 아들 흥민이의 플레이가 늘 10% 성장하기를 갈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10% 더 성장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는 아들은 우뚝 서고 싶은 정상의 90%에 와 있을 뿐 여전히 정상은 아닌 것이다.

사실 손흥민의 기량에 대한 뉴스 검색을 해보면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뛸 당시부터 이미 `절정의 기량'이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대략 2010년부터 절정의 기량에 대한 기사가 나기 시작했는데, 언론의 독일 언론 `SPOX.COM'이 2010-11시즌 기대되는 유망주 10인에 손흥민을 포함시키면서 그의 플레이가 절정이라고 평했다.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그의 기량은 멈춤 없이 성장했다. 2019-20 시즌 번리 전에서 혼자서 70m를 드리블하며 상대 선수 6명을 따돌리고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을 때, 이제 절정이구나 했다. 그러나 그는 더 발전했고 2021-22 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의 득점왕이 되어 이제 절정이다 천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황희찬 선수에게 부드러운 어시스트를 할 때 이것이야말로 정상의 플레이구나 하였다. 여전히 발전 중인 그에게 아직 절정은 오지 않은 것 같다.

정상에 한 번 오르는 일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그 정상에서 한 번도 내려온 일 없이 12년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예 기적에 가깝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나이가 들면 늙는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니 말이다. 하지만 돌려 생각하면 기적은 누가 봐도 그럴만한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것 아닐까? 정상에 올라 교만해질 순간에 여전히 겸손한 것, 지금 놀아야 마땅할 시간에 책을 다시 잡는 것, 이제 그만해도 되는 순간에 다시 연습하는 것 등 우리가 여기 있게 된 그 모든 순간에 기적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한의 절기가 지나면 입춘이 온다. 봄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당연히 오는 봄도 매년 기적처럼 신비롭다. 쓰고 보니 사람의 살이도 자연의 살이도 모두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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