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북극성
나의 북극성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01.1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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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정북(正北)을 알려주는 북극성. 천구(天球)의 북쪽에 가장 가까운 별입니다.

북극성은 작은곰자리의 알파별입니다. 이 유명한 북극성은 별자리 찾기 힘든 북쪽하늘에서 늘 찬연히 빛나지만, 맨눈으로 보는 별의 밝기 6등급 중에 2번째 밝기의 2등성입니다.

겨울철 별자리 중에 큰개자리의 하얀별 시리우스나 황소자리의 주황별 알데바란처럼 1등성도 꽤 있는데 북극성 같은 2등성은 워낙 많아서 북쪽하늘이 아니라면 별로 주목받지 못했을 흔한 별에 하나였을 것입니다.

타임머신이 있어 어느 지역에라도 갑자기 뚝 떨어져 낯선 곳이라면 길을 가기 위해 방향을 찾는게 급선무입니다. 나침반 없이 지도 하나밖에 없다면 북극성을 찾아야만 합니다.

인공의 조명이 난무하는 지금이니까 그렇지, 어느 인적 드문 청정한 곳에서는 북쪽하늘도 별이 많이 보일테니 흔한 2등성의 북극성 찾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북극성을 찾기 위해 다른 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구 자전으로 유명한 두 별자리가 북극성 주위를 대칭으로 돕니다. 바로 큰곰자리의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입니다. 국자모양의 7개의 별과 W모양의 카시오페아는 워낙 큰데다가 모양이 눈에 띄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육군 소위로 임관하기 전 군사교육과정에서 목표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독도법이었고, 철원에서 포병 소대장으로 복무할 때는 포병사격을 유도하기 위해 북(北)이 보이는 높은 고지를 점령하고 고지들을 관측병들과 함께 이동하는데 있어 천체를 관측할 줄 아는 것은 생존인 동시에 낭만이기도 했습니다.

단내 나도록 온몸이 땀에 다 젖고 졸음을 참아가는 야간 생존훈련 중에 잠깐 쉬면서 올려다본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로 눈동자가 우주가 되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경험했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우주라도 황홀하고 화려합니다. 그 중에 북극성은 그다지 수려하지 못하고 찾으려고 맘을 먹어야 볼 수 있고, 늘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나침반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북극성은 함부로 흔들리지 않고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방향을 제시하는 예언자로 칭송됩니다. 또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존재로도 상징됩니다.

정호승의 『북극성』에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매개로, 안창학의 『북극성』에서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소재로 등장합니다.

필자 역시 누군가에게 북극성이 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인생의 많은 번뇌에서 수없이 흔들려 북극성이 되지 못할 때 북극성을 바라봅니다. 내게 북극성 같은 이를 찾고 기다리느라 북극성을 바라보는지도 모릅니다.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스스로가 방향이 되고 있는 땅 위의 무수한 별들이 이미 빛나고 있습니다. 그 무수한 별들 중에 내게 인연이 되어 한결같이 방향이 되어주는 북극성이 이미 있는지도 모릅니다. 밤하늘의 북극성을 찾듯이 나의 북극성을 찾아야 합니다.

북극성은 하나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북극성에 투영되는 존재가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버지이거나 어머니이거나 또다른 소중한 인연일 수도 있겠지요. 함께 걸어가며 광야에서 우주를 같이 바라보고 결국 북극성을 같이 찾을 수 있다면 이미 서로가 북극성이 아닐까요. 지나가는 별똥별이 너무 빨라서 별똥별에 삶을 위한 기도를 번번이 놓치더라도 내게 북극성이 있다면, 또 북극성에 내어줄 자리가 남아 있다면 우리의 부단한 인생은 바람직한 지향성의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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