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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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양업고 교장)
  • 승인 2023.01.1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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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양업고 교장)
장홍훈 세르지오 신부(양업고 교장)

 

새해 벽두에 교장이 되레 학생으로부터 덕담德談을 받았다.“피자 열판 쏘겠습니다^^ 허리피자. 가슴피자. 얼굴피자. 어깨피자. 다리피자. 주름피자. 형편피자. 인생피자. 팔자피자. 웃음피자. 새해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제자의 카톡 덕담에 왠지 배가 불렀다.

`복(福)을 빌어주다'라는 말을 가톨릭교회에서는 축복(祝福)이라 한다. 축복이란 말은 라틴어로 `베네딕치오 benedictio'이다. 이 말의 어원 `베네디체레 benedicere'는 아름다운 것, 좋은 것, 옳은 것, 또는 잘 어울리는 것 등을 의미하는 `베네 bene'와 말하고,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을 지닌`디체레 dicere'에서 유래한다. 그러하기에 축복은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발언發言이다.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하느님의 발언의 힘에 대하여 말한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예수님께서 행하신 치유 기적도 발언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에게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태 8,3)하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그대로 되었다.

“베네딕토, 그의 이름이 뜻하는 바는 하느님으로부터`축복받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6세기 이탈리아 움브리아 지방 출신으로서 수도자들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베네딕토 성인에 대하여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하신 대담한 표현이다. 베네딕토는 항상 축복받았는가? 모든 측면에서? 평생 아니면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야 겨우 축복을 받았는가? 물어볼 필요도 없지만, 베네딕토 성인 역시 우리와 같이 가슴 아픈 절망을 체험했고, 그가 걸은 순경과 역경의 인생길을 통해 삶의 모든 형태 안에서 축복받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최우선으로 진정 하느님을 찾았고, 그래서 하느님은 그를 축복하셨으며 그와 그의 온 삶을 이끄셨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31일 오전 9시 34분, 이 베네딕토 성인의 이름을 교황명으로 선택하셨던 제265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례를 끝내고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 본명은 요제프 알로이지우스 라칭거(독일어: Joseph Aloisius Ratzinger), 그는 굳건한 신앙을 지닌 명석한 학자였다. 일곱 개의 명예박사학위와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히브리어 등 10개국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계셨다.`21세기 최고의 신학자이며 유럽의 최고 지성'으로 칭송받았다. 또한, 모차르트와 바흐의 곡을 즐겨 연주하는 수준급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셨다.

“그분은 자신 지성과 능력과 통찰력 때문에 위대했고, 신학에 대한 지대한 공헌 때문에 위대했으며, 교회와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위대했고, 자신의 성덕과 신앙심 때문에 위대했습니다. 그분의 정신은 세세 대대로 항상 더 위대하고 더 강력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향한 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 말씀이다.

사람은 누구나 `베네디체레', 곧 덕담과 축복이 필요하다. 새해 날마다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진심으로 축복을 빌어주자. 또한, 부부와 친구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 서로 축복을 전하자.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로마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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