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사회적 책무가 있다
은행도 사회적 책무가 있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1.1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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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요즘 대출금리 인상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은행은 호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금리시대가 만든 사회단면이다.

아파트값이 치솟을 당시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했던 사람들은 지난해부터 매달 발표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한숨이 나온다. 한은 발표 때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월급을 타면 오른 대출금 갚기에 바쁘다. 어떤 경우 한달 수입의 상당부분을 대출금 갚는데 지출하다 보니 생활이 팍팍해졌다. 이자공포 탓에 대출의 짐을 지고 있는 서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은행권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대금리(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은행들은 엄청난 이익을 남기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7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연 5%대였던 예금금리는 최근 3%대로 떨어졌다. 반면 대출금리는 올라 14년만에 연 8%대를 돌파하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

이익금이 확대되면서 은행권은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기본급 대비 400%, 신한은행은 361%, KB국민은행은 280% 성과급(특별격려금 340만원 별도)을 지급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호황으로 희망퇴직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액의 희망퇴직금 때문이다. 은행권은 조기 퇴직자에 대해선 최대 7억원의 희망퇴직금도 주고 있다.

대출금 때문에 허리가 휘는 서민들에게는 은행권의 고객서비스는 뒷전인 것도 불만스럽다. 2021년 7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에 따라 은행은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후에도 `노사 협의'를 이유로 단축운영 중이다.

은행은 금융서비스는 뒷전인채 서민과 기업의 고통과 눈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사기업인 은행이 장사를 잘해 돈을 벌어 성과급을 나눈 것을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금리 상승으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챙긴 은행들이 이자폭탄으로 고통받는 금융소비자들을 외면하니 분노하는 것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도 예대금리 확대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벼랑 끝에 선 일부 은행을 살리기 위해 국민들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사기업인 은행이 금융기관이라고 하는 것은 공적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공적기능은 자금중개를 통한 서민경제안정이라는 사회적 책임이다. 그 명분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냈다.

그런 은행권이 서민들의 어려운 삶은 아랑곳 하지 않고 수익챙기기에 급급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위기가 닥쳐오면 사회 약자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은행은 금융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들의 벼랑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들이 없는 은행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은행이 공적기능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은행권의 각성과 고통분담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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