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엣지다
이것이 나의 엣지다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 승인 2023.01.1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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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장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12월, 연합군은 독일과 전쟁을 끝내고자 6개월을 준비해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라고 불리는 큰 전투를 준비했다. 그런데 이 작전은 독일군의 훼방으로 지연됐다. 미군으로 위장한 독일군이 몇 대의 지프에 나눠 타고 심한 폭우가 내리는 밤에 연합군 지역에 침투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연합군이 세워 놓은 방향 표지판을 아무렇게나 바꾸어놓았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물자와 시간, 노력을 들인 것이라 할지라도 서로 어긋난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바람에 향후 제대로 수정될 때까지 연합군은 큰 차질과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계묘년 새해. 미래 우리 먹거리를 위한 지표는 바르게 세웠을까? 우리가 바라보는 미래 과학의 방향은 지속 가능할까? 무엇보다도 모두가 다 같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1965년 국내 SF 만화의 거장 이정문 화백이 미래에는 이럴 것이다 추측하며 그린 만화가 있다. 1965년을 살던 사람들이 볼 때 앞으로 35년이 지나 2000년이 되면 우리 생활은 이렇게 달라질 거야 하고 생각한 주제는 다음과 같다. 태양열을 이용한 집, 전기자동차(공해가 없지요! 라고 썼다), 전파신문(TV로 뉴스를 보는 것을 표현해놓았다), 소형 TV 전화기(스마트폰을 TV로 작게 그려놓았다), 청소용로봇(청소따위는 제가 하죠! 라고 썼다), 집에서 치료를 받고(화상으로 연결), 공부도 집에서(화상으로 연결), 부엌에선 오늘의 메뉴는(자동 셋팅), 수학여행은 이걸로(달나라 로켓).

`2000년대에는 이럴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1965년 미래 만화로 그렸던 것 중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달나라 수학여행과 자동 음식 조리로 보인다. 나머지는 벌써 대부분 이뤄졌다. 코로나가 그 속도를 더 빠르게 해준 것도 아이러니하다. 흐음. 그러고보니 1965년에는 태양열을 이용한다거나 전기자동차를 타는 것은 상상 속 세상이었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영상통화를 한다는 것도 비대면 수업이나 청소용 로봇도 소설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였을 뿐인데 어느덧 우리에게는 익숙한 일상생활 속 현실이다.

미래 사회에 생겨날 신종 직업으로 주목받는 직업이 있다. 로봇 엔지니어, 노년 플래너, 가상 레크레이션 디자이너, 기후변화전문가, 홀로그램 전시기획가, 스마트 교통 시스템 엔지니어, 우주여행 가이드, 첨단과학기술 윤리학자, 아바타 개발자 등.

그런데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방향은 같은가? 교육하는 교육자들과 교육받는 학생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디자인하는 것이라는데 이 디자인이 아무리 잘 되어있어도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아서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벌지 전투에서처럼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이뤄진다면 이보다 낭패는 없다. 나는 오늘도 노력한다. 자연과 어울림, 지속 가능한 창의융합교육을 위해. 그리고 나랑 같이 노력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본다. 이것이 나의 엣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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