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혁 의지에 달렸다
대통령 개혁 의지에 달렸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1.08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공직선거법 개정이 새해 벽두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떼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 정개특위가 2월 중순까지 선거제도 개편안을 짜내도록 하겠다며 맞장구를 치면서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대통령의 제안은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2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 국회 구성에서 다양성을 꾀하자는 게 핵심이다. 타협없이 정면대결로 일관하는 양당정치의 폐습에 염증이 난 민의를 대변한 시의적절한 발상이다.
우선 소선거구제에서는 사표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지난 총선만 해도 전체 투표의 43.7%가 낙선자를 뽑은 사표가 됐다. 투표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자신이 원하는 대리인 확보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승산이 희박한 군소정당 지지자들은 결과가 뻔하니 투표를 포기하기 일쑤다. 유권자의 참정권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표심이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민의 왜곡현상도 심각하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253석 중 163석을 차지했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84석에 그쳤다.
반면 득표율은 민주당 49.95%, 국민의힘은 41.49%였다. 득표율 차는 8.46%p에 불과했지만 의석 수는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1등만 뽑는 소선거구제는 양당의 텃밭인 영·호남 지역정치를 고착시키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2·3등도 당선되는 선거구를 만들어 두 지역의 정치적 문턱을 허물자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선거구 개편에 기대를 거는 것은 양당의 극한 대결을 중재하거나 제동을 걸 제3의 정파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험담과 저주 대신 민의가 담긴 목소리를 낼 정치세력의 등판이야말로 지금 양당이 벌이는 사생결단의 정치를 순화시킬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하지만 선거구 개편은 첩첩산중에 놓여있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각 당은 물론 개별 의원들의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출마가 곧 당선인 영남지역 국민의힘 의원들과 수도권서 절대 다수 의석을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가 최대 장애물이다. 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다 해도 각론에서 다뤄야 할 문제들이 숱하다. 2~3명을 뽑는 중선거구와 4명 이상을 뽑는 대선거구를 놓고 논쟁이 일 터이고 두 선거구를 절충하는 방안도 대두될 것이다.
인구가 줄며 선거구가 넓어져 대표성이 약화된 농촌지역 포함 문제도 쟁점이 될 것이다. 한 정당이 유리한 선거구에 복수의 후보자를 낼 수 있는지를 놓고도 견해차가 적지 않을 듯 하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22대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 10일까지 선거법 개정을 마무리 해야한다. 석달도 남지않은 촉박한 일정이라 공론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높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시큰둥한 반응은 그래서 더욱 실망스럽다. 그는 윤 대통령 발언에 “중대선거구제 보다 비례제 강화로 가야한다”고 응답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제 강화'를 위해 스스로 발의하고 통과시킨 준연동형비례제를 위성정당을 출범시켜 스스로 무산시킨 정당이다. 그 정당의 대표가 다시 비례제 강화를 언급한 것도 우습거니와 선거구와 별로도 다룰 수 있는 사안을 핑계로 삼은 것도 구차해 보인다. 그에게선 아젠다 경쟁에서 국민연금 개혁 등에 이어 또 선수를 뺏긴 민주당의 초라한 모습이 투영될 뿐이다.
결국 성패는 당 장악력이 확고한 윤 대통령에 달려있다. 주춤거리는 여당에 동력을 불어넣고 방향감각을 잃은 야당을 추동할 수있는 유일한 해결사이다. 더욱이 선거구 개편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누누이 밝혔던 사실상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가 임기후에도 평가받을 굵직한 성과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