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간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1.02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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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효율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 우주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란 미래전망이 무지갯빛 꿈만은 아닌듯싶다. 민간 기업까지 우주 개척에 나서면서 지구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살았던 인류는 새로운 미지의 땅을 개척하게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가까운 미래를 지배하게 될 과학 기술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의 과제였던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편리함을 주는가 하면 환경문제나 생명사상과 같은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양면성을 지닌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과학기술이 가져온 생태계 파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아질수록 인문학적 사유는 강조될 수밖에 없다. 기술이 인간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올수록 인간에게는 사유의 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회적 배경으로 인문학 시대가 되었다. 전국 곳곳의 문화공간에서 인문학 강연이 이어지고,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도 인문학 강연이 인기를 끌며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손바닥 안에서 세계 유명 석학들의 철학적 사유도 보고 들을 수 있는 인문학 전성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 열풍 뒤에는 인문학의 부재와 인문학의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만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문학적 사유가 절실해졌다는 의미다.

인문학(人文學, 영어: humanities)은 사전적 의미로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과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두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인 연구 방법에 관심을 두는 학문 분야로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를 다시 되짚어 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더 많이 필요한 시대라고 읽어도 무난할 듯싶다. 사람이 돈과 물질에 의해 경시되면서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새해에 눈길을 끈 인문학 책이 있다. 찰스 핸디의 저서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이다. 미래의 젊은 세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쉬운 문장으로 쓰인 책은 여든여섯 노 철학자의 삶의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다. 제목이 주는 울림만큼이나 누구나 고민하고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지만 쉽게 간과하는 질문들을 들춰내 다시 삶의 철학으로 들려주고 있다. 21세기 불안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찰스 핸디는 “삶이 우리 앞에 던지는 문제들에 원만하게 대처하려면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시공을 막론하고 똑같다는 것이다. 똑같은 충동과 욕망, 똑같은 좌절, 똑같은 변덕과 매력을 어느 시대에나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상이 변하는 동안에도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기술 혁명이 들불처럼 일어나도 삶이 던지는 근원적인 질문은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정의로운가?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 누가 어떤 이득을 얻는가? 나는 어떤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의 질문은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같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삶이 변했건만 존재적 질문은 시공을 초월해 언제나 같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명제 앞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극복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우리에게 그의 사유는 개별적인 존재로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급격한 과학기술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어떤 일을 준비해야 할지 사유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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