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과 기원을 바라며 조성된 `청주 계산리사지'
안녕과 기원을 바라며 조성된 `청주 계산리사지'
  • 김태홍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
  • 승인 2023.01.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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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김태홍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
김태홍 충북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해 첫 일출을 감상하기 위해 해돋이 명소를 찾아간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일출 명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동영상 공유 채널이나 소셜네크워크 등을 통해 새해 첫 일출을 감상하는 경우도 늘었다. 사람들은 떠오르는 새해를 보고 새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잡고 행운을 기원한다. 이렇게 안녕과 기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된 유적이 우리 지역에 있다.

청주시 상당구 계산리 말미장터마을의 남쪽에 있는 언덕에는 넓은 잔디밭 끝에 청주 계산리 오층석탑이 자리한다. 이곳은 청주시 가덕면과 보은군 회인면을 잇는 피반령의 끝자락에 해당한다. 피반령은 충청북도 보은군의 회인면 오동리에서 청원군 가덕면 계산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피반대령(皮盤大嶺)은 고을 북쪽 15리에 있다. 고갯길이 아홉 번 꺾이어 가장 높고 위험한 곳이다.”라고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이 고개가 예로부터 청주와 보은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곳 마을 사람들도 예로부터 말미장터마을을 거쳐 골짜기를 따라 청주-보은간을 왕래하였다고 하여 이 길을 과거길이라고 불렀다.

이곳에 위치한 청주 계산리사지는 높이 약 5.5m로 청주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인 청주 계산리 오층석탑이 남아 있어 일찍부터 대규모 사찰터로 추정되었으나, 문헌기록에 전혀 나타나지 않아 절의 이름이나 유래를 알 수 없는 절터로 알려졌었다. 이러한 청주 계산리사지의 존재유무와 사역의 규모 등을 확인하기 위해 2020년 9월 11일~12월 10일에 걸쳐 발굴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사결과 청주 계산리 오층석탑의 서쪽 일대를 중심으로 탑지를 비롯하여 여러 차례 중복 사용한 흔적이 보이는 다수의 건물지와 함께 진단구, 기단열, 배수로, 담장, 석축, 답도 등 사지와 관련된 유구가 조사되었다. 이들 사지 관련 유구들은 그동안 문헌기록에 전혀 나타나지 않아 절 이름이나 유래를 알 수 없었고 논과 밭으로 개간되면서 원형을 알 수 없었던 청주 계산리 오층석탑과 관련된 사찰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중요한 유구들이다.

청주 계산리사지는 시기에 따라 건물의 배치 양상도 변화하였다. 청주 계산리에 최초에 사찰이 건립되는 통일신라말~고려초 시기에는 북쪽 집입로를 따라 석등으로 추정되는 방형 적석유구 석탑 - 금당으로 연결되는 남북축에서 조성하였다. 이후 11~12세기에 들어 청주 계산리사지는 석탑의 서쪽 사면 경사면을 점토로 채워 평탄하게 대지를 조성한 후 대형의 건물을 들이고 그 뒤로 여러 채의 건물이 확장하였다. 또한 사지가 확인된 지역에서 서쪽으로 약 400m 떨어져 기와가마 1기가 조사되어 사찰에 필요한 기와를 이곳에서 직접 제작했던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로 보아 청주 계산리사지는 청주지역의 고대 교통로 중 하나인 청주와 보은을 연결하는 파반령 자락에 입지하고 있어 이 교통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녕과 기원을 바라는 예배공간으로 건립된 사찰터로 추정된다. 청주 계산리사지 외에도 우리지역에는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충주 미륵리 오층석탑, 제천 장락동 칠층모전석탑 등 교통로 상에 입지하여 여행자들의 안녕을 빌거나 석탑이 표식으로 이용된 절터들이 있다.

이러하듯 청주 계산리사지는 당시 주요 교통로인 청주와 회인을 연결하는 피반령의 청주쪽 시작점에 위치하고 종교적으로나 교통, 통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며, 당시 사람들의 안녕과 기원을 바라면 조성된 청주 지역에 매우 소중한 사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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