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12.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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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50대 중반을 넘기며 은퇴 이후의 삶을 약간은 불안스럽게 그려본다. 그러면서 세상과 사물에 대해 점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어쩌면 질서 잡힌 삶에 푹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감과 용기보다는 안전함과 편안함을 `행복 추구'라는 이데올로기로 자신을 포장하고 살아가는 50대 중반인지 모른다.

`인생을 바꾸는 교수'라는 별명을 가진 토론토대학 심리학과 피터슨(J. Peterson)박사는`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이라는 책을 통해 `행복'의 존재론적 허구성과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 바닷가재 이야기

피터슨은 이 책의 서두에 바닷가재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닷가재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격렬하게 싸운다. 그런데 승부가 갈린 뒤에 싸움에서 패배한 바닷가재는 더 이상 싸우려 들지 않는다. 패기 넘치든 공격성은 사라지고 다른 적은 물론, 예전에 이겨본 상대 하고도 싸우려 하지 않는다. 자신감을 완전히 잃는다.

과학자들은 이 차이를 바닷가재의 신경구조 분석으로 원인을 찾았다. 승자는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면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걸으며 도전을 받아도 움츠러들지 않는다. 실제로 세로토닌은 바닷가재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몸집이 크게 보이게끔 해준다.

반면 패자는 세로토닌 수치가 낫고 옥토파민 수치가 높아지면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실패를 경험한 인간은 서열 싸움에서 진 바닷가재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어깨가 처지고 고개를 숙이며 자신감을 잃은 모습으로 걷는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관찰하여 이를 근거로 자신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기능이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별 볼 일 없는 사람으로 여기면 뇌가 이를 파악해 세로토닌 분비를 줄인다. 그래서 약자처럼 행동하게 만들고 고개를 숙이면 걷게 만든다.



# 혼돈과 질서의 경계선

혼돈과 질서는 삶의 경험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이며 존재론적이다. 동양의 음양철학에서 항상 나란히 배치하는 음양(陰陽)은 혼돈(chaos)과 질서(order)가 존재의 기본적 구성요소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도(道)는 혼돈(음)과 질서(양)라는 쌍둥이 뱀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혼돈은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것,`탐험을 하지 못한 땅'을 의미하며 질서는 `탐험을 한 땅'을 의미한다. 혼돈을 긍정적으로 보면 `가능성'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 속 어둠'이고 `도로변에 일어난 사고'이다.

우리는 지금 질서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그 질서의 세계는 혼돈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미 알려진 질서의 세계와 미지의 영역인 혼돈의 세계, 피터슨 박사는 사람은 두 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을 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한 발은 이미 잘 아는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땅을 디디고, 다른 발은 잘 모르는 탐험을 통해 알아 가야 할 땅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할 때 안정을 누리면서도 탐험과 변화, 수정과 협력을 시도할 수 있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며 소심해지고 쉬운 길을 찾아가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피터슨 박사는 말한다. “허리와 어깨를 쭉 펴고 장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일지라도 괜찮다. 세로토닌이 신경 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잘살고 싶다면 너의 어깨 위에 짐을 올린 뒤 가슴을 펴고 앞으로 나아가라. 혼돈과 질서의 경계에서 중심을 잡고 가슴을 펴고, 똑바로 걸어가라. 그것이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경제학적으로 나 자신에게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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