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의 삶
상생(相生)의 삶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2.12.2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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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기소불욕(其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은 자신이 바라지 않고 원치 않는 일이나 당해서 싫은 일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기를 바라거나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라는 의미의 공자님 말씀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의 의미를 알았다고 해서 그 즉시 인생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애써 노력한다고 해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어떤 훌륭한 가르침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 속에 녹아들기 전에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림에 떡은 허기진 배를 채워주지 못하듯,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란 가르침을 머리로 이해하고 아는데 머물면, 얼마든지 오남용하고 악용할 수도 있는 것이 인간이다. 천하의 보검도 타인을 해치는 살인도(殺人刀)로 전락시킬 수 있고, 녹슨 칼도 자신을 살리는 활인검으로 선용할 수 있는 것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다. 인간은 그 어떤 훌륭한 가르침일지라도 타인을 지적하고 비난하거나,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로 오-남용할 수 있는 교활한 측면도 있는 존재다. 따라서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깨닫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확고부동하게 깨달아야만, 팔이 안으로만 굽는 일 없이, 온전한 지행합일의 삶이 가능하다. 나와 동등하게 상대방과 주변 인연을 대하려고 애를 쓰는 것만으로 장하지만, `나 없음'의 무아행(無我行)을 실천할 수 있다면, 실다운 지행합일의 올곧은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 없음'의 무아(無我)를 참으로 깨달았다면, 손과 발이 한 몸으로 둘이 아님을 알 뿐만 아니라, 손발이 하나라는 견해에 집착하는 `나'도 없다. 손과 발이 한 몸인 동시에 `손은 손이고 발은 발'로서 각각이 별개란 사실도 간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과 발이 한 몸으로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일 없이, 장갑은 손에 끼고 양말은 발에 신을 뿐, 양말을 손에 끼려고 하거나 장갑을 발에 신으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게 된다. 또 장갑을 잃어버린 탓에 손이 꽁꽁 얼어가고 있다면, 그 즉시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발에 신고 있는 양말을 벗어서 언 손을 감쌀 줄도 알게 된다. 손과 발이 별개면서도 한 몸이듯, 이 세상 또한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 즉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인 운명 공동체다. 동네 골목의 치킨집도 혼자만 부자가 되면 결국에는 망하게 된다. 골목 사람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져야 치킨집도 부자가 된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즉 겉에 있는 입술이 사라지면 입속의 이가 시리게 되고, 1층이 무너지면 2층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다. 따라서 우리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아름다운 세상이 도래한다. 세상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그물인 인드라망으로,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변화-발전할 수 없다. 다 함께 각성하고 노력해서,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멋진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 이유다. 어찌 21세기를 맞아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相生)의 길을 가지 않고, 서로를 미워하고 해치는 금수와 같은 삶을 자행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 제현들이, 2023년 새해에는 “기소불욕(其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즉, 내가 원치 않고 당해서 싫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저지르거나 강요하는 일 없는 가운데, 몸 건강하고 마음 편안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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