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는 게 죄인가
지방 사는 게 죄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12.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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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세밑. 후회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세월이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 마음은 여전히 이팔청춘이다. 물론 생물학적 나이는 세월을 거스르지 못한다.

살면서 느끼는 설움이야 말해 뭐하랴. 나이가 많아서, 배움이 짧아서 주저기도 했는데 이젠 지방에 사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벽으로 작용한다.

우스갯소리로 초등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서울 외에는 모두 시골로 인식한단다.

서울은 포화 상태인데 지방은 빠져나가는 이들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한 때는 2부제 수업을 하던 대규모 학교들도 존폐를 걱정한다. 문제는 적은 학생 수가 이들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국회 교육위위원회 강득구 의원이 최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단체와 분석한`17개 시·도교육청 고등학교 학생 현황' 자료를 고3 학생 수가 25명 미만인 전국 43개 고교는 1등급 비율에 해당하는 4%를 충족하지 못해 내신 1등급을 받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은 3곳, 충남은 4곳이 고3 학생 수 25명 미만 학교다.

학생 수가 많을수록 1등급 비율 인원은 많다. 경기도는 고 3 평균 학생 수가 238명, 1등급 인원은 10명이다. 반면 충북은 고 3 평균 학생 수가 160명, 4%에 해당하는 1등급 인원은 6명에 불과하다. 1~3등급을 합친 인원을 계산하면 인원 차는 더 많다. 충북은 37명인 반면 경기도는 55명으로 18명이 많다. 2023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에서 교과전형 선발인원은 14만8930명으로 수시 전체 선발인원(26만7137명)의 55.8%를 차지한다. 학생부 교과전형 지원자에게 내신 등급은 대입의 당락의 키로 작용한다. 상위 등급이 몇 명 나오느냐에 따라 지역 및 학교 간 대입 유·불리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소규모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다.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지자체마다 난리다. 괴산군에서는 지난달`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준비 위원회'가 발족했다. 발족식엔 인천광역시 강화군, 경남 거창군, 경북 고령군과 영덕군, 전남 신안군, 강원도 양양군과 철원군, 전북 임실군 등 자치단체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수도권에 집중된 일자리 분산을 위한 경제구조 개편 대책 마련, 인구감소 지역의 기본 인프라와 행정서비스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인구감소 지역 규제 등을 담은 공동 제안문을 채택하고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대한 규제완화 등의 대책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따르면 2020년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시군구 229곳 중 102곳(44.5%)으로 나타났다. 인구를 늘리기 위해 지자체들은 현물공세에 나섰다. 보은군은 부 또는 모가 군에 6개월 전부터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면 출산 시 아이 1명당 100만원 축하금과 1100만원의 육아수당을 지원한다. 출생아에게 1인당 200만원의 첫만남이용권을 카드 포인트로 지급한다. 내년부터 12개월 이하 영아가 있는 가구에 매월 10만원씩 영유아 양육비도 지원한다. 충남 예산군은 첫째 아이를 낳으면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려 2년간 250만원씩 지급한다. 둘째 아이는 4년간 250만원씩 총 1000만원, 셋째 아이는 매년 300만원씩 5년간 총 1500만원, 넷째 아이는 매년 400만원씩 5년간 총 2000만원, 다섯째 이상은 매년 600만원씩 5년간 총 3000만원을 지원한다. 부산 북구는 셋째 이후 출생아의 출산장려금을 내년엔 전국 자치구 중 최고금액인 10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자체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쏟아붓고 청년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정치권이`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를 등한시해선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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