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인간에 대하여
믿는 인간에 대하여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12.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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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2023년에는 한국식 나이가 없어진다고 한다.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나는 여전히 같은 나이로 불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동안 어색하겠지만 나이가 몇 살인지 그리 궁금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이어질 것이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 40대가 되면 엄청 큰 어른이 될 줄 알았다. 선택에 망설임이 없고 어려움도 없는, 현명하고 멋진 그런 나이라 생각했다. 현실은 여전히 갈대처럼 흔들리고 고민할 거리가 더 많아졌으며 후회와 번민이 끊임없는 나이가 되었다.

도서 `믿는 인간에 대하여(한동일 저·흐름 출판)'를 읽는 동안 나의 40대를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어른인척하지 않아도 되고 실패할 수도 있고 이리저리 휘둘리며 사는 것이 인간임을 말해주며 나조차도 돌보지 않았던 내 마음속의 나를 다독거려주었다.

저자는 라틴어, 성경의 이야기를 빗대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인간은 여전히 신을 믿고 신의 존재를 통해 희망을 찾고 있으며 그 속에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

가끔은 불안한 미래와 힘겨운 현재를 종교의 힘을 빌려 의지하고 싶다. 불안전한 인간이 찾은 최고의 약이 종교 아닐까?

“타인에게 무언가를 갈구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희망하는지, 그 희망의 방향성이 맞는지,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거기에서 나아가 신에게 무엇을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되묻고 성찰해야 한다.”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요즘 나에게 화두가 방향성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내가 가는 방향으로 사람들을 잘 이끌고 있는지, 혹시 묻지도 따지지 말고 따르라고 하며 이리저리 방향키를 흔들어 혼란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바라는 방향성이 구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긴 한 건지 하루해가 저물 때면 저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저자는 그런 나에게 진정 무엇을 원하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있었다.

불확실하고 구체적이지 않았던 내 희망으로 고민만 많았던 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휘둘리며 할 수 없는 일을 내려놓지 못해 아등바등할 것이고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바람에도 쉽게 변하는 이정표를 쫓아 이리저리 헤멜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내려놓고 하늘 위에 떠 있는 별을 쫓아서 흔들리지 않는 목표를 가지고 묵묵히 살아가야 함을 차가운 머리는 알고 있지만 말이다.

“인간 사회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지만 아주 서서히 나선형 모양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나 또한 매일매일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여 본다.

2023년에도 무수히 흔들리는 삶을 살아갈 나에게 평온함을 준 이 책이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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