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과 신뢰의 법칙
청렴과 신뢰의 법칙
  • 우상구 청주시 기업투자지원과 주무관
  • 승인 2022.12.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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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구 청주시 기업투자지원과 주무관
우상구 청주시 기업투자지원과 주무관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청렴이라는 말을 아주 많이 들어왔다. 공직자에게 청렴이 강조되는 이유는 시민을 포함한 이 사회 공동체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짊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약속이란 매우 중요하다. 약속이 이행되느냐, 이행되지 않느냐에 따라 신뢰의 형성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그 사람이 갚지 않는다면 불신이 생겨 이후에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고 갚는다면 신뢰가 생겨 그 이후에도 돈을 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약속을 이행하면 신뢰가 생기고 이행하지 않으면 불신이 생긴다는 인과관계는 국가, 인종, 문화, 정치, 종교, 철학 등 인류의 서로 다른 모든 분야를 초월하여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이다. 심지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는 지적 생명체와의 협상에서도 이 인과관계가 적용될 것이라고 본다. 인류를 초월한 우주적으로도 자명한 이치다.

이렇게 거시적으로 생각해 보면, 인간의 자유 의지와는 별개로 어떠한 결정론적 역학이 작용하는 것만 같다. 어느 누구도 약속을 어겨서 신뢰가 생기게끔 만들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나침반의 바늘을 바꾸어 정북향을 바꾸려는 시도와도 같다.

다양한 업무를 평생토록 수행하는 공직생활에서도 이러한 본질을 생각해 보고 싶다. 대외적으로 민원응대를 할 때, 아무도 관심이 없고 요구하지도 않지만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게 될 때, 동료와 협업을 함과 동시에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때 그 상황의 합리적 이유로 약속한 대로 이행하지 않게 될 때가 있다. 민원인에게 짜증을 내고, 중요한 업무에 소홀하고 동료와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는다. 이 순간에는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는 말이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생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어쩌면 개인의 개별적 상황에서만 보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때론 융통성이 있어야 하고 알아서 해야 하며 오히려 과정보다 결과만이 중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이런 것들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되어야 한다. 큰 틀에서 우리는 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과정에서 분투하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가장 큰 약속의 이행임을 항상 상기해야 한다.

때로 청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일시적인 나침반의 흔들림이다. 우리가 나침반을 바꿀 수 없듯이 끝내 약속을 지키든 어기든 그에 따라오는 결과까지 선택할 수 없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만 간 것인지, 그 순간 방향은 달랐지만 빨리 가던 돌아서 가던 같은 목적지를 향해 온 것 인지 우리가 최종적으로 약속을 이행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결과는 인간의 의지와는 별개로 작용하는 인과관계의 자연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청렴한 공직자가 되기 위해 끝없는 약속의 이행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청렴해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단편적인 노력과 일시적인 결과는 과정이다. 약속을 지키고자, 청렴하고자 하는 가치관을 정립하고 긴 세월 일관된 방향성으로 신뢰를 만들어 내면 그 사람은 모두의 본보기가 되는 함께 일하고 싶은 청렴한 공직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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