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을 생각하며 국가의 역할을 묻다
北을 생각하며 국가의 역할을 묻다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2.12.2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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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이법전심부터 타임즈포럼에 이르기까지 기고를 시작한지 딱 3년이 되었습니다.

제일 처음 실린 글이 `북한이탈주민도 난민이다'였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이 아니어도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시스템은 비교적 촘촘한 편이어서 지금까지 우리가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관심과 시각을 촉구하고자 하는 필자의 의지였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성금의 분위기, 겨울의 추위, 성탄절을 앞두고 해를 갈무리하는 연말의 풍경은 누군가에게는 설레임과 훈훈함으로 다가올 것이지만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그렇지 못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북한을 벗어나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주민들은 지금이면 얼마나 강추위와 송환의 공포에 떨며 겨울을 맞이하고 있을까요. 시민단체와 현장활동가로부터 수시로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벗어나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과 한국에 들어와 정착을 시작한 이들을 나누어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 우리가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주민이 중국, 러시아, 몽골 등으로 벗어나 있는 경우 그들 국가는 북한의 국민으로서 난민으로 대할 수 있고, 반대로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거나 북한의 요청으로 북한에 송환해야 할 범법자로 취급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북한이탈주민이 정치적 박해를 받았거나 송환될 경우 정치적 박해를 받을 우려가 분명하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하여 인도적으로 처리할 수 있음에도 그들 국가가 북한과 우호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은 불가능에 가깝고 오히려 북한으로 송환시킴으로써 이들의 인권과 생존의 보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주민 역시 헌법상 우리 국민이고 북한이탈주민이 되는 경우 정지된 통치권을 회복함으로써 우리 국민으로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북한이탈주민이 체류하는 그들 국가의 조치와 충돌하게 되는데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우위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지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둘, 우여곡절의 생사의 기로를 넘어 한국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 역시 사회적 취약계층망에 포섭되어 있지만 많은 경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곤궁상태에 있습니다. 이들의 대다수는 여성입니다. 자유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이 부족하여 홀로 자립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는 어렵습니다. 북남북녀로는 솔직히 어렵다고 보아야 합니다. 남남북녀가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어야 하는데 북한이탈여성은 주로 (불법)체류하게 되는 중국에서 중국인 남성을 만나 보호를 위탁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이것이 결정적으로 남남북녀의 결합에 걸림돌이 되고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꿈꾸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작년 추석의 소란행위를 이유로 현행범 체포되었다가 정당하게 저항하는 북한이탈주민을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기소한 사건을 공익적으로 맡아 수행하는 것이 1년이 되었습니다. 곧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 그래도 오래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은 차별적이고 위법한 공무집행이 발단이 되었다고 보아 유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우 우리 이웃으로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해 국가의 보호와 배려도 모자라 재판을 받게 하다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북한을 벗어난 우리 국민이 동남아 국경으로 오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2천만원입니다. 자유를 찾겠다고, 살겠다고 죽음을 무릅쓰고 많은 국경들을 넘어 대한민국을 향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들에게 희망의 땅인가요.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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