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못 가는 중산층
백화점 못 가는 중산층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12.19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고물가, 고금리 행진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연말 특수로 호황을 누리는 곳들이 있다. 호텔과 백화점 업계가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호텔 뷔페 식당가는 요즘 손님 맞이에 분주하다. 기업 고객은 물론 개인 친목 모임 등 연말 송년회 특수로 예약 손님들이 이미 지난달에 대부분 꽉 찼다.

1인 한끼 뷔페 식사 비용이 20만원을 훌쩍 넘는 고급 호텔들의 뷔페 이용권이 불티나게 팔렸다. 호텔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송년 단체 모임의 예약이 쇄도하면서 일찌감치 이달 초에 `완판'되는 실적을 올렸다.

중고 물품 거래 시장에서는 1인당 10만원대 후반의 뷔페 식사권이 20만원의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백화점들도 희색이다. 소비 시장은 여전히 코로나19와 고물가, 고금리로 위축돼 있지만 소득 상위 5%의 지출과 소비에 힘입은 덕에 되레 고급 백화점의 매출은 쑥쑥 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백화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올해 매출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의 매출은 지난 2019년 2조1989억원에서 2020년 2조2732억원, 2021년 3조5724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올해에는 지난 3분기에 벌써 지난해 매출을 돌파했으며 올 연말 집계되는 연간 매출 총액은 무려 4조6525억원이 예상되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매출이 두 배나 급증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매출 신장은 외적으로 보면 일견 반가운 일이다. 유통업계의 호황은 내수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매출 신장 내용을 짚어 보면 내수 경기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매출 신장의 원인이 명품 판매 실적의 증가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소비 성향이 강한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판매 실적의 증가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백화점의 전체 매출 중 명품 매출 비중은 2019년 18%대에서 2021년 23%대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2030세대 고객은 2019년 38%에서 2021년 48%로 급증했다. 2030세대 고객 비중이 전체 고객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실제 경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40세 이상 장년층이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영끌' 및 전세 대출 등으로 금리 부담이 커진 가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들어 급격하게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구마다 금융비용 부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리 3%대 였던 이자율이 올해 수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최고 8%대까지 상승, 연간 이자 부담액이 2배 이상 늘었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이자 비용만 늘어나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가계 경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간신히 은행 빚을 내 근근히 버텨오던 자영업자들도 금리 인상 부담에 아우성이다.

소득은 감소하거나 그대로인데 금융 비용 부담으로 내수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 가계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