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이 아니라 선수를 바꿔야
룰이 아니라 선수를 바꿔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12.1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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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출 방식을 바꿀 것 같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현행 70대 30에서 90대 10으로 변경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100% 당원투표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유불리를 따진 당대표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찬반 공방전과 더불어 신경전도 치열하다. 그제 윤석열 대통령이 사석에서 “100% 당원투표 방식이 더 낫지않겠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대통령의 경선개입 시비까지 불거졌다.

당대표를 당원의 뜻에 따라 뽑겠다는 생각은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정진석 당 비대위원장 말마따나 정당이 대표를 뽑으며 외부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시점과 상황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시기와 특정 후보자가 여론조사에서 독주하는 상황이 당의 룰 개정 의지를 색안경을 쓰고 보게 만들고 있다.

영남에 갇힌 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취지에서 새누리당때부터 도입해 전통으로 굳어진 룰이 하필이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갑자기 도마에 오른 이유도 석연찮다. 이준석을 대표로 뽑았던 지난해 전당대회 1차 컷오프에선 여론조사 비율을 당원투표와 동일한 50%로 상향하기도 했다. 더욱 더 국민친화적 정당이 되겠다는 근사한 포장까지 해서 말이다.

100% 당원투표로 기울어진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두달 전만 해도 당원투표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생전 듣도보도 못한 말”이라며 일축했다. 그는 금세 입장이 바뀌었다는 지적에 “그때는 당원이 79만명이나 되는 줄 몰랐다”며 “당원이 많이 늘어나 각 분야와 계층의 민심을 두루 반영할 수 있게된 만큼 여론조사가 필수적이진 않다”고 답했다. 5선의 당 비대위원장이 당원이 얼마나 되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무릎쓰고 여론조사 무용론을 강조하는 모습은 어색해 보였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선 유승민 전 의원이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도 크다. 다른 후보자들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유 전 의원 수치에 미달하는 결과가 허다하다. 역선택의 결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응답자들 가운데 민주·정의당 지지자들을 배제한 무당층만의 집계에서도 유 전 의원은 선두를 지킨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응답자를 한정할 경우 그의 순위는 중간대로 급락한다. 당내 부진한 지지율을 당밖 여론조사에서 만회해야 할 그에게 100% 당원투표 전환은 치명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전당대회 룰 개정이 `유승민 죽이기'에 다름아니라는 당내외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도 당도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부인하지않는 분위기로 봐서 국민의힘은 당원투표 만으로 차기 대표를 뽑을 공산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같은 룰 변경이 유승민 패배로 직결될 수 있을까? 나아가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40대 이하가 33%에 달하는 당원 구조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외부 경쟁력 갑인 특정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해 룰을 바꿨다는 논란이 계속되면 젊은 당원들의 공정욕구를 자극해 반감과 이탈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심, 특히 중도층에 가장 어필하는 후보자를 배제하고자 한 전당대회가 당밖의 공감을 얻을지도 미지수다. 명분없이 당의 문을 잠그고 과거로 되돌아간 행보는 총선에서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개인의 유불리가 이니라 당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윤상현 의원의 말은 그래서 타당하다.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이 유 전의원에 밀려 하나같이 부진을 면치못하는 현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지지지들의 역선택 탓이라고 우긴다면 할말이 없지만, 바꿔야 할 것은 룰이 아니라 선수가 아니냐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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