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감암주 2
주감암주 2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2.12.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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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한줄기 싸늘한 물 맑고도 깊숙해(一派寒源 淸且幽 일파한원청차유)

산 돌고 들ㅤ뚫어 한가로이 흐르네.(環山橫野等閑流 환산횡야등한류)

출렁출렁 스스로 가야할 곳 알아(涓涓自得 朝宗勢 연연자득조종세)

예로부터 지금까지 가고 멈출 줄 모르네.(徒古于今逝不休 주고우금서불휴)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낙엽이 떨어져 겨울에 이른 청운사 주변의 나목들은 나무의 자체 본질에 가까운 체로금풍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10칙 주감암주(州勘庵主) 2.입니다.

주감암주(州勘庵主) 공안 이것은 더 이상 마음 쓸 곳이 없어지고 초승달 그림자가 물소의 뿔이 되는 경지에 이르러야만 늙은 쥐가 소뿔 속에 덜컥 걸려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순일 무잡한 자리에서 한 발자욱 더 들어가야 이 맛을 보게 된다는 말이지요. 두 개의 상황은 같은데 정반대의 판정을 받은 이 사건은 결코 만만치는 않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습니다.

그런데 조주 선사는 어째서 하나는 부정하고 하나는 긍정하였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 이유는 반드시 있겠지만 단지 감추어져 있어 말하지 않았을 뿐이란 말입니다. 분명히 조주 선사의 속셈이 있다는 말이지요.

이렇게 깊은 신심이라야 분별 망상의 높은 산을 넘어 불가사의한 의정(疑情) 덩어리가 생길 것이라 여겨집니다. 삼요라고 하는 대신근(大信根), 대분지(大憤志), 대의정(大疑情)의 에너지가 한 덩어리로 용솟음쳐서 무의식(無意識)의 경계마저 허물고 체험 이전의 세상을 관통하게 된다는 겁니다.

두 암주 사이에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다는 식의 우열이 있다거나 주먹에 무엇이 있다는 생각은 다 분별의식이란 말인데요. 또한 조주선사가 학인의 공부를 시험하려는 수작이 아닌가 하는 태도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금 여기의 난제는 죽이는 살인도(殺人刀)를 잡든가 살리는 활인검(活人劍)을 잡는 가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서는 조주 선사의 평 마저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자칫 잘못하면 우리들 자신마저도 조주 선사의 시험에 걸려들고 말 것이므로 바짝 정신을 차려서 함부로 딴전을 피우면 안 될 것입니다.

성인도 망념을 가지면 미치광이가 되게 됩니다.

이제 우리는 `무문관(無門關)'의 11번째 관문에서는 조주(趙州, 778~897) 라는 대 선지식이 우리에게 당혹감을 던지며 깨달음의 관문을 열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11칙 `주감암주(州勘庵主) 3'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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