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
히든싱어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2.12.14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내 아들이 참 좋아하는 노래 제목이다.`잔나비'라는 밴드의 대표곡이다. 뭐랄까…. 내가 알고 있는 대중가요와 느낌이 매우 다르다. 듣고 있으면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고, 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장난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히든싱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일명 `목소리 닮은꼴 찾기' 프로그램이다. 그냥 목소리만 닮은 게 아니고 노래하는 원곡 가수와 똑같은 이미테이션 가수를 찾는 거다. 재밌는 건 이 프로그램 경연에 실제 원곡 가수도 모자이크 처리하여 참여시키는데 가끔은 아마추어 참가자들이 실제 가수를 탈락시키는 흥미로운 반전 결과로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률이 꽤 높은 편이다.

얼마 전 우연히 히든싱어 `왕중왕 편'을 보게 되었다. `잔나비' 원곡 보컬을 제치고 우승한 일반인이 노래하는 모습을 TV로 처음 보았다. 그가 실제 무대 위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관객은 물론 나 또한 도저히 원조 가수가 아닐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할 정도의 완벽한 따라하기였다. 딱 한 가지 생김새만 빼고 말이다.

이거야말로 원조 가수가 `빙의'되었다 해도 믿을 수밖에 없겠다.

딱히 목소리 흉내가 아니고 곡의 느낌과 꺾기 세심한 호흡 표정은 물론 손짓, 걸음걸이까지…. 표정과 자세에 따른 음색의 변화까지도 그대로 재현한다. 객석에 있던 원조 가수 얼굴도 거의 넋 나간 표정이니, 일반 관객 처지에서는 그저 황당함이다.

히든싱어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도 이미테이션 가수들은 방송을 통해 꾸준히 있었다.

나훈아를 대신하는 `너훈아' 또는 패티김을 대신하는 `패튀김'등 생김새의 닮은꼴에 약간의 노래 실력을 더한 흥미 위주의 닮은꼴이었다.

이에 비해 히든싱어의 닮은꼴은 음악에서만큼은 흥미 수준을 넘어 거의 데칼코마니 수준이다.

음악의 공개적인 닮은꼴과는 다르지만 미술에서도 닮은꼴 작품들은 존재한다.

닮은꼴이라기보다는 `모작' 또는 범죄에 해당하는 `위작'이란 것이 있다.

이들은 유명 작품이나 유명화가의 작품을 기막힌 솜씨로 똑같이 만들어 흥미 위주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미술시장의 질서를 훼손하기도 한다. 오래된 작품은 물론 비교적 현대 작가의 작품을 위작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X-ray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위작 여부를 가려내는 신기술도 있지만 가끔은 원조 작가가 자신의 위작을 진품으로 확인해주는 웃지 못할 예도 존재한다.

작가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색채나 표현기법을 특정해 자신 있게 자신의 작품이라 주장하지만 오히려 평론가들이나 미술품 감정가들도 자신의 감정기법에 대한 확신으로 끝까지 위작이라고 판명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진품인지 위작인지 판정 불가 작품도 나오는 시대이다 보니 아무리 흉내 낸 그림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면 상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지 않을까…. 얼마나 위작을 위해 연구 노력했으면 실제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진 걸까.

어느 영화에서처럼 언젠가는 사람을 그대로 스캔한 듯 똑같은 복제인간이 정말 등장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정말 등골이 오싹하다. 진짜와 사실, 그리고 가짜와 거짓의 판단 경계가 원조 가짜 명품인 `짝퉁' 놀이에서 나아가 어디까지 옮겨질까…. 이 글을 쓰는 나는 내가 정말 맞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