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예술계 인물론과 낙하산
지역문화예술계 인물론과 낙하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2.12.12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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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어떤 직위에 있게 되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다. 실제 많은 사람은 그 자리에 어울리게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게 된다. 처해 있는 환경과 하는 일에 따라 생각도 외모도 행동도 달라진다. 주어진 직책에 따라 변하고 적응하고 성장하게 된다. 그래서 이 말에는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는 말도 있다. 누가 그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조직의 활동력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리더의 역할을 강조할 때 주로 적용되는 이 말을 공자께서도 君子居之 何陋之有(군자거지 하루지유)라고 갈파했다. 내용인즉, 공자께서 구이에 살려고 하자 “그곳은 누추하니 어떻게 지내시려 합니까?”라는 제자의 걱정에 “군자가 거주한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라고 답하면서 누추한 자리도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던 것이다.

`자리'를 두고 서두가 길었지만 요즘 충북의 문화예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뀌면서 문화관련 기관장이 새 얼굴로 바뀔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물론과 낙하산 문제가 묘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지역문화예술계에선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가 낙점되길 바라지만 단체장들이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로 진행하면서 부정적인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문화관련 기관들이 지자체 문화정책의 창구 구실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대표가 누구인가는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첫 주자로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변광섭 대표이사가 지난 11월에 취임했다. 공모 시작 전부터 낙점설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청주 출신과 지역에 대한 이해도, 청주문화재단에 근무한 이력, 문화기획자로의 여러 활동을 근거로 무난히 선임됐다.

충북도는 11월 말 충북도립교향악단 신임 지휘자에 임헌정씨를 선임했다. 청주출신이고 실력 있는 지휘자라는 이력에도 공모 방식을 일방적으로 추천제로 전환하면서 지역예술계가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좋은 지휘자를 선임하려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지역에 이해를 청하는 요식행위조차 없었던 점은 아쉽다.

이런 연장선에서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선임직 이사 공모 결과가 발표를 앞두고 있다. 선임직 이사 경쟁률이 역대급을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신임 대표이사의 낙점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지역문화예술계 사람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을 강조하면서도 지역문화예술의 대표성 있는 자리에는 지역인물이 배제되는 등 낙하산 인사에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공식 발표를 지켜봐야겠지만 외부 인사들의 지원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역문화계의 리더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단지 자리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지역의 문화예술계를 발전시키고 조화롭게 지역과 함께 하고자 하는 노력이 미흡했던 결과이다. 단체장의 내 사람 챙기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문화를 존중하고 보듬는 일이다.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자리만 차지한다면 열악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에게 더 큰 허탈감만 안겨줄 뿐이다.

청주시립예술단도 4명의 예술감독 임기가 내년에 모두 만료된다. 벌써 대대적인 교체설이 돌고 있어 인물론과 낙하산 문제가 대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사람이 자리를 만들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문화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진정한 리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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