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헌신과 도박
손흥민의 헌신과 도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12.12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선수 생명을 내건 위험한 도박.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에 출전한 손흥민의 투혼이 두고두고 회자하고 있다.
이번엔 영국발 소식이다. 영국의 축구 전문지 풋볼인사이더는 프리미어리그(EPL) 부상 사이트 운영자이자 의학 전문가인 벤 디너리의 말을 인용해 손흥민의 휴식과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벤 디너리는 “손흥민의 안와골절 부상 이후 그가 카타르에 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었고,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뛰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손흥민의 월드컵 출전은 도박이었지만 무사히 해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의 복귀와 관련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마스크를 벗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손흥민의 부상이 심각했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 주치의였던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도 손흥민의 몸 상태를 심각하게 진단했다.
왕 교수는 한국 경기가 끝난 후 YTN 인터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입은 손흥민이 위험 부담을 안고 뛰었다는 사실을 되새겨 줬다. 왕 교수는 “의사로서 수술한 지 3주도 안 돼 경기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헤더를 할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지난달 1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얼굴 부위를 강하게 부딪쳐 전반 27분 만에 교체됐다. 왼쪽 눈 주위의 큰 부상(안와골절)이었는데 수술과 회복에만 2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월드컵 출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강한 월드컵 출전 의지는 아무도 꺾지 못했다.
곧바로 수술대에 오른 그는 놀라운 의지로 재활에 전념해 24일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 예선 3경기를 포함해 브라질과의 16강전까지 전경기를 풀타임으로 뛰면서 한국의 16강 진출의 일등공신이 됐다.  
손흥민과 비교되는 인물로 프랑스 국가대표인 카림 벤제마(35·레알마드리드)가 떠오른다. 올해 세계 최고의 골잡이에게 주어지는 발롱드르 상을 받은 벤제마는 이번 월드컵 개막식 직전 허벅지 쪽에 부상을 입은 사실이 진단 결과 확인됐다. 대퇴직근에 이상이 발견됐는데 수술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는 출전을 포기했다. 당시 프랑스 국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카타르 월드컵에서 2연패를 노리는 프랑스로서는 벤제마의 이탈이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벤제마는 손흥민과 달리 부상 악화를 우려해 스스로 출전을 포기했다. 몸값이 이적시장 가치 1000억원대 이상으로, 손흥민(2022년 8월 현재 1004억)과 같은 수준인 그로서는 사실상 현명한 판단이었다. 자칫 출전을 강행하다 부상이 악화해 회복 불능 상태가 될 경우, 선수 생명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아무도 프랑스에서 그를 비난하지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달리 출전을 강행했다. 얼굴 부위 네다섯 군데 부러진 뼈를 가는 실로 이어 수십 바늘이나 꿰맨 상태에서 전경기에 출장, 마스크를 쓰고 무리하게 ‘헤딩’까지 하며 마지막 1분까지 투혼을 불살랐다.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에서 국민에게 선사한 감동이 영원해야 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