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을 거닐며 하늘을 나는 꿈을 꾸다
바닷속을 거닐며 하늘을 나는 꿈을 꾸다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2.12.07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퇴직 후 벼르고 벼르던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파타야 여행 중에 바닷속을 걸으며 물고기와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잠수구를 뒤집어쓰고, 안내하는 잠수부와 함께 바닷속을 걷는 `Sea Walking'이란 프로그램이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의 감정을 가지고 바닷속을 들어가자, 정말 TV로만 보던 환상의 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가까운 바닷속이었지만 그곳은 물고기들의 천국이었다. 일렬로 줄을 서서 헤엄치는 줄돔 들과 이름 모를 물고기들의 행진,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의 머리 위를 보니 입이 뾰족한 학꽁치들이 일렬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용궁에라도 들어와 바닷속 거리를 활보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또한 바닷속을 걷는 것이,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너무나 감격스러워 살며시 눈을 감으니 내 몸은 하늘 위로 붕 뜨며 구름 위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내가 꿈속에 그리던 하늘을 걷는듯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눈 내린 크리스마스 밤 눈사람과 함께 하늘을 오르며 겪는 꿈속의 이야기를 동심의 세계로 풀어간 영국의 애니메이션 음악 `Walking in the air'가 문득 떠올라 그 노래를 부르며 바닷속을 거닐었다.

교사 시절 12월이 되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영상과 함께 들려주던 애니메이션 음악은, 내가 눈사람과 손잡고 하늘을 날며 구름을 걷는 그런 몽환적인 감정에 깊이 빠져들게 하곤 했다.

`Walking in the Air'는 영국의 작곡가 하워드 블레이크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그림 동화를 원작으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The Snowman'을 위해 작곡한 노래이다. 대사 없이 캐릭터의 동작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한 컷 한 컷 파스텔톤의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는 영국의 독특한 전원을 배경으로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원작자 레이먼드 브릭스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이야기는 어린 소년과 움직이는 눈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눈이 내린 어느 날 한 소년이 눈사람을 만든다. 소년은 눈사람에게 눈, 코, 입 등을 만들어 주고 모자와 목도리도 걸쳐 준다. 그날 밤 12시, 소년은 그 눈사람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집안으로 데려온다. 소년과 눈사람은 재미있게 놀다가 눈사람을 따라서 하늘을 날아서 여러 가지 구경도 하면서 북극으로 간다. 북극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눈사람과 산타클로스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눈사람 무늬가 있는 스카프 선물도 받는다. 새벽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소년은 마당에 서 있는 눈사람을 보며 잠이 든다. 아침에 잠이 깨어 마당에 나간 소년은 목도리와 모자만 남겨진 채 형체를 잃고 수북하게 쌓인 눈을 보게 된다. 주머니 속에는 산타의 스카프 선물이 그대로 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믿음을 잊고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잃어버린 동심과 꿈속의 동경을 일깨우는, 성인을 위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이 글을 읽으신 독자분들은 눈 내리는 밤 가족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며 잃어버린 동심을 다시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