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숨바꼭질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2.12.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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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아주 오래 전 그 어릴 적 해질 무렵이면 누군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너나할 것 없이 골목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모두 한데 어울려 밤이 깊어가도록 놀이를 즐기며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모여 숨바꼭질을 시작 하려고 하는데 영식이가 달려와 자신도 끼워 달라고 하였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영식은 빠지라고 큰 소리가 들려왔다. 너하고는 안 논다고 석구가 소리치는 것이었다.

석구는 아이들 중에서는 대장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들은 석구의 눈치를 보며 영식이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영식은 왜 자신을 빼놓는 거냐고 울먹이며 석구에게 따져 물었다. 석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눈을 흘기며 고개를 돌렸다. 아이들 중에 누군가는 영식이가 불쌍하니까 그냥 눈감고 같이 놀자고 하였지만 저런 녀석을 끼워 주면 안 된다면서 석구의 태도는 완강하였다. 그날 밤 영식은 억울하고 분하기도 하지만 그 까닭이 궁금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영식은 석구와 친한 아이를 찾아가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 아이의 말은 영식이가 석구의 누나인 은실누나가 어떤 남학생과 연애한다고 소문을 냈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남녀 학생이 단둘이 만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눈이 있었다. 영식은 그런 적이 없다면서 펄쩍 뛰었다. 영식은 있지도 않은 말이 어찌 소문이 되어 퍼져 나갔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또한 무엇보다 소문이 자신 때문이라는데 견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은실누나는 평소에도 남의 누나 같지 않게 영식에게 친동생처럼 늘 잘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영식이는 그런 은실누나를 무척 따르고 좋아했다. 게다가 주변에서도 모범생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은실누나였다. 그럼에도 소문은 소문의 꼬리를 물고 제멋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럴수록 소문은 영식을 괴롭혔다. 그런데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그날 은실누나와 함께 있던 남학생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빵을 사줘 먹었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아이들한테 자랑한 것이 어쩌면 그것이 화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 중에서는 괜한 질투심과 시기심이 유발되어 심술궂은 장난기가 엉뚱한 말로 와전되면서 이야기의 내용과 진실을 그르치게 만들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영식은 은실누나를 찾아가 남학생형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은실누나는 웃으며 그 남학생이 사촌오빠였다는 것을 일러 주었다. 그 순간 답답하게 막혔던 일들이 환하게 뚫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석구도 모든 오해를 풀 수가 있었다. 아이들도 모든 것이 뜬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다시 저녁노을 지는 골목길은 영식이와 석구 그리고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울려 퍼졌다.

어떠한 조직체에서 자기만 홀로 배제되었다면 그 입장이 난처해지기 마련일 것이다. 물론 거기엔 그 만한 연유가 있겠지만 이런 경우 배제된 자는 존재에 대한 무력감과 정체성에 대한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연유와 책임이 그 누구의 잘잘못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유를 알게 된다면 소통의 연결고리로 진실을 찾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해를 풀고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서로 원만한 대화로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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