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2.12.0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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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가 한 말이다.

선수 시절이 아니라 현역에서 은퇴하고 1973년 뉴욕 메츠 감독을 맡았을 때 한 말이다.

팀이 1위인 시카고에 9게임 반차로 뒤지며 지구 꼴찌로 처지고 있을 때 기자들이 “이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 대자 응수한 말이다.

이 말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그가 자신의 장담을 바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메츠는 부진을 털고 일어나 연승가도를 달린 끝에 시카고를 제치고 그해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요기 베라의 말은 야구뿐 아나라 모든 스포츠에 적용되는 명언으로 통한다.

그제는 한국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 말의 주인공이 됐다.

포르투갈전 후반 46분, 정규 시간이 끝나고 주어진 추가시간에 터트린 한골로 한국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거둔 기적적인 승리였다.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요기 베라의 정신이 승부를 가른 한판이었다.

`공은 둥글다.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공이 둥글다는 사실 외의) 나머지는 모두 이론에 불과하다'

1953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독 감독 제프 헤어버거가 한 말이다.

당시 결승전 상대는 국가 대항전 30전 무패를 기록중인 무적군단 헝가리였다.

그는 헝가리의 절대 우세를 첨치는 언론을 향해 “둥근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 는 누구도 모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독이 헝가리를 3대 2로 꺽고 우승하며 그의 말은 승부를 섣불리 예단하지 말라는 금언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요기 베라와 제프 헤어버거의 말이 유난히 회자된 대회로 꼽힐 것 같다.

승부 예측이 번번이 빗나갔고 약팀이 강팀을 무는 이변이 유독 속출했기 때문이다.

참가국 중 최약체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라질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를 꺾은 파란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일본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후 탈락의 길을 걸었고 세계 랭킹 2위 벨기에는 아프리카 모로코에게 일격을 맞고 보따리를 쌌다.

한국이 치른 조별 예선 3경기도 모두 승부 예측을 벗어났다.

데이터 분석에 따라 패할 가능성이 70%에 육박했던 우루과이전을 비기고 승리할 확룔이 19.3%에 불과했던 포르트갈을 꺾었다.

반면 이길 가능성이 71%나 됐던 가나전에서는 분루를 삼켰다.

16강전을 앞두고 데이터와 통계, 승률은 우리에게 더 높은 담을 쌓았다.

미국의 데이터 업체 그레이스노트는 16강 중 8강 진출 확률이 가장 낮은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

23%에 그쳤다. 당연히 상대인 브라질의 8강 확룔은 77%로 가장 높았다.

다른 유명 데이터 업체들 역시 한국의 8강 진출 가능성을 최저 수준인 18%, 14.41% 정도로 전망했다.

명실상부 세계 1위인 브라질과의 격돌이니 이런 기울어진 전망을 부정하기 어렵다.

행운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전력 격차를 인정할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예상됐던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11%에 불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길 확률은 고작 8%였다.

8%의 기적을 일군 사우디의 저력을 우리가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은 둥글고,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게 스포츠다.

남은 것은 이미 완벽하게 국민적 열망에 부응한 선수들에 대한 축구 팬들의 화답이다.

이젠 승리를 갈망하는 절박한 심정이 아니라 선수들의 투혼을 즐기는 넉넉한 자세로 경기를 관전해야 할 때다.

결과와 상관없이 손바닥과 목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낼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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