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어른 되기
심리적 어른 되기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2.12.01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 철 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살아가면서 `아, 어른이란 저런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해준 사람이 있었는지?

어린 시절에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어른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나이가 들수록 괜찮은 어른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민주적인 연애

방송인 김제동씨는 한 인터뷰에서 연애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연예는`민주주의 원칙'에만 입각해서 하면 아주 간단하고 쉽다고 했다. 민주주의 원칙이란 `나에게는 나의 권리가 있듯이 타인에게도 타인의 권리가 있다.'이다.

김제동씨는 좋아하는 이성을 만났을 때 그냥 정성을 모아 툭 말만 던지면 된다고 한다. “저, 저녁식사 같이 할까요?, 혹은 저랑 사귀실래요?”. 그리고 조금 기다리면 된다. 만약 상대방이 싫다고 하면 그냥 지나가면 된다.

고백을 하느냐 마느냐는 나의 권리이듯 고백을 받고 거절하느냐 마느냐는 상대방의 권리이다. 이것을 인정해 주지 않고 `내가 고백을 했는데, 어떻게 내 고백을 거절해?'라며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거나 분노하고 스토킹 등을 한다는 것은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반민주적이며 독재적인 발상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고백할까 말까의 고민은 내 것이지만, 받아들일지 아닐지의 고민은 내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것이다. 상대방의 고민까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게 하기 위해 과장되어 있지만 우리 삶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 잘 나이 못 든 사람

임상심리학자 필딩(L. Fielding)은 그의 저서 `홀로서기 심리학'에서 어린 시절은 타인과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여지며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는데 골몰하게 된다. 결과는 주로 내 탓이거나 남 탓, 세상 탓으로 돌리게 되어 마음이 늘 불편한 상태가 된다.

심리적으로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은 대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과 싸우느라 바짝 날이 서 있다. 하여 그들의 배우자, 자녀, 친구 등 주변인들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힘들어하거나, 과거의 깊은 상처를 생생히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아무에게나 기대려 하며 그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겠다며 마음의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근 채 높은 성을 쌓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당신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면 행복해질 텐데'라는 믿음으로 삶의 주도권을 외부로 떠넘기면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삶을 살아간다.



# 잘 나이 든 사람

필딩은 심리적으로 어른인 사람은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과 자기가 정말 통제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상과 타인 그리고 지나간 과거사는 통제 불가능한 일들이다. 반면 세상을 받아들이고 행동을 결정하는 자신의 마음만은 통제가 가능하다.

결국 심리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잘 읽고 다스릴 줄 알아 자신의 인생을 의지대로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인의 평가에 예민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심리적 어른은 타인의 평가로 인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타인의 평가 자체는 내가 통제할 수는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평가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생각과 감정이다.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그러면 심리적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