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없는 기술강국
기술자 없는 기술강국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11.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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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세상에 귀하지 않은 직업은 없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귀한 사람, 천한 사람으로 선을 긋는다.

입으로는 기술만 있으면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년도 없으니 노후도 보장될 것이라고 부추긴다.

정말 기술만 있으면 살만할까?

세상은 변했다. 하지만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벽은 더욱 높아졌고 공고해졌다.

충북도교육청이 최근 2023학년도 특성화고 22개교 특별전형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1752명 모집에 2490명이 지원해 평균 1.4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제천디지털전자고, 영동산업과학고, 제천산업고, 증평공업고, 충북생명산업고 등 5곳에서 총 116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성화고는 신입생 모집 시기가 되면 불안해한다. 올해는 정원을 채울 수 있을까, 입학한 학생들이 일반고로 빠져나가거나 중도 이탈을 하면 어쩌나 걱정한다. 정부에서는 당근책으로 선취업 후진학을 권장하지만 학생들은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호한다.

고교 진학을 앞둔 중3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특성화고를 기피한다. 특성화고 진학이 아이를 사지에 내모는 것처럼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이 올해 도내 중학교 3학년 학생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고교 진학 희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고 진학희망 비율은 83.7%인 반면 특성화고는 10.8%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특성화고 진학을 기피하면서 충북 도내 특성화고 수는 2011년 29개교에서 올해는 22개교로 감소했다.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유택근씨는 대학에서 바이오를 전공하고 제약회사에 취업했지만 6개월만에 퇴사했다. 이후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고 현재 10개월차 신입 타일공이 됐다. 유 씨는 일을 하면서 기술자로서 땀을 흘리면서 느낀 노동의 가치와 돈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타일공이라는 길을 걷겠다고 할 때 가족과 지인들은“정신 차리라”고 충고했다. 유 씨는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기술자의 길을 선택했다. 유 씨는 “타일기술자들도 1㎜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데 작업복을 입고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어떤 이는 자녀에게 저렇게 되기 싫으면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을 한다”며“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가치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직장보다는 직업을 갖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가 만든 직업에 대한 편견의 벽 앞에서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은 부모 능력이 자식의 취업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107명을 대상으로 `부모 능력이 자식의 취업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63.9%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부모의 능력으로는 경제적 능력(77.6%,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맥(52.7%), 사회적 지위(48.3%), 가정환경(43.1%), 정보력(33.9%), 직업(33%) 순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미래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 참석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 우리 힘으로 화성에 착륙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우주강국을 향한 꿈은 먼 미래가 아니라 아이들과 청년들이 가진 기회이자 희망이 될 것”이라며 “미래세대에게 달의 자원과 화성의 터전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술자를 키우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강국으로 화성 착륙의 꿈을 꾸는 것은 신기루와 같다. 우주강국을 향한 꿈을 이루고 싶다면 기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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