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보물찾기
  • 연서진 시인
  • 승인 2022.11.30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연서진 시인
연서진 시인

 

가을이 성큼 다가와 물큰하게 짙어가는 날, 사람들이 초록 풀밭에 흩어져 숨겨진 보물을 찾느라 눈과 발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풀밭을 헤치는 그들의 한껏 달아오른 열기에 가을 햇살도 덩달아 온기를 내리고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생기발랄했다.

2019년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다.

해마다 가을이면 국어국문학과는 가을 문학기행을 한다. 4학년이 되어 임원을 하게 된 나는 문학기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소풍의 개념도 같이 하는 문학기행이라 늦깎이 방송대 학우님들 가슴에 푸릇한 새싹과 같은 추억을 하나쯤 새기고 싶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문득 초등학교 소풍 때 가장 즐거웠던 보물찾기가 떠올랐다.

쪽지를 찾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울리고, 왁작 거리는 웃음소리가 커다란 산자락을 메우던 보물찾기는 잊지 못할 추억이 보물 되어 남아있어 이번 문학기행의 이벤트로 기획하였다.

안성으로 가는 길은 매우 즐거웠다. 어린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동문 선후배, 그리고 동기들 저마다 목소리에 설렘이 담겨 있다. 한적한 곳에 있는 박두진 문학관은 우리를 환영하듯 가을볕은 더없이 따뜻했다. 모두 문학관 해설사님의 해설을 듣는 동안, 나와 임원진 한 명과 함께 박두진 시비 공원 이곳저곳에 보물이 적힌 쪽지를 숨겨 놓았다.

풀 섶 뒤와 속, 동상 위, 혹은 나뭇가지에 숨겨 놓은 쪽지는 찾기 수월하도록 놓아두었다. 문학기행을 끝낸 학우들은 신호에 맞추어 모두 잔디밭에 흩어졌다. 가을의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보물 찾기가 시작되었다. 숨겨 놓은 종이에 적힌 상품은 값비싼 보석도 구하기 어려운 귀한 것도 아니다. 어디서나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생필품이지만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저마다 입가에 호선을 지으며 아이들처럼 즐거워했다. 쪽지 하나에 환호의 웃음소리, 혹은 찾지 못한 학우에게 자신이 찾은 보물 하나 건네는 모습에 진한 향기가 묻어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친정아버지께서 강릉 사촌 오빠 별장에 삼 년을 요양차 계신 적이 있었다. 11월 끝자락에 걸친 날 아버지를 만나러 강릉으로 향했다. 그때는 도로 사정이 지금과 같지 않아 대관령 고갯길을 넘어야 강릉으로 갈 수 있었다. 저녁 8시 정도로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고개를 넘기 시작했을 때 옆은 낭떠러지였고 사방은 어둠으로 짙게 내려와 있었다. 우리는 차를 세울만한 코너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다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

어둠에 잠긴 밤하늘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황홀했다. 수많은 별이 빼곡하게 박혀 어둠을 밀어내듯 찬란한 빛을 발하는 별을 보며 그저 탄성만 나올 뿐이었다. 그날 밤. 순간 문득 소풍 때 찾았던 보물을 찾은 것처럼 알 수 없는 희열에 가슴이 부풀었다.

늘 보았던 별이 그날따라 나의 감성을 열어 놓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을 키우며 동동거리며 사느라 `나'를 잃어버린 서른아홉, 유독 힘들었던 그해 끄트머리에서 만난 그 밤, 별빛이 내려앉은 그 밤에 보물은 찾아 헤매며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내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