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려오
바람이려오
  • 강석범 충북예고 교감
  • 승인 2022.1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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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고 교감

 

`그대 잠든 머리맡에 가만히 앉아 ~ 이 밤을 지키는 나는 ~ 나는 바람이려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국풍81'이라는 민속축제가 여의도에서 있었다. 그 행사 중 하나였던 `젊은이 가요제'의 금상 수상 곡이 바로 이용의 `바람이려오'였다.

당시에는 MBC 대학가요제를 비롯해 대학생들이 가요제를 통한 가요계 입문이 가장 유행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J에게'로 유명한 이선희 역시 84년 강변가요제 출신이다. 대학생 가요는 80년대가 전성기였다. 그 중심기에 대학 생활을 했던 나 또한 통기타를 둘러메고 꽤나 여기저기 방송국을 기웃거렸다. 또 당시 혜성같이 나타나 `바람바람바람'으로 85년 여름을 들었다 놨다 했던, 같은 과 대학 선배 `김범룡'은 수업도 같이 듣고 했으니 선배를 옆에서 보며 `까짓것 나도 한번 해봐?'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봄 직하지 않겠는가? 돌이켜 보면 노래 실력과 무관하게 음악 한답시고 어설피 폼잡던 무리 중 한 명였던 셈이다.

요즘도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FM을 통해 흐르는 이용의 대표곡 `잊혀진 계절'로 인해 그동안 잊고 있던 `바람이려오' 노래를 오랜만에 찾아 들어보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 허름한 화실로 배경을 옮겨본다. 아마도 지금처럼 쌀쌀한 날씨, 오들오들 떨면서 그림을 그리던 고2 남학생, 정물대 위 낡은 라디오 FM 주파수를 요리조리 돌리다 갑자기 손으로 세게 내리친다. 주파수가 맞았는지 음악이 흘러나온다. `멀리서 멀리서~ 밝아 오는 아침이~ 나의 노래 천국의 노래~~' `응? 이게 무슨 노래야?' 그동안 듣던 노래와 전혀 다른 뜻밖의 리듬에 눈이 휘둥그레 깜짝 놀란다. 시원시원한 목소리도 그렇고 (반주를 약간 앞서 끌고 가는 보컬이 맞는 건지, 아니면 보컬을 살짝 따라가는 강력한 베이스 리듬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으나) 약간 엇박 이면서도 쉴 틈 없이 전진하는 보컬과, `쿵탁 쿵탁' 보컬을 쫓는 베이스기타 소리에 넋이 나간 표정이다. 하하하. 바로 내가 고2 추운 겨울, 화실에서 이용의 `바람이려오'를 처음 만난 날이다. 그날 이후 다음 해 봄날까지, 나는 매일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베이스 리듬에 맞춰 고래를 끄덕이곤 했다.

지금도 당시 추위와 싸늘함, 삐걱거리는 화실의 마룻바닥, 그리고 선생님의 유화 작품 `테라핀' 냄새까지 `바람이려오'를 통해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또 노랫말 중 `날갯짓하면서 밝아 오는 아침이~'라는 구절에서는 마치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듯 희망의 주먹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음악에서 스테레오 기능이 많지 않았고 `마이마이'라고 하는 작은 플레이어용 카세트가 유행하던 시기다.

이어폰을 끼면 스테레오로 음악이 들렸는데, 이거야말로 신천지였다. `어떻게 소리가 이리 섬세하게 분리될까?' 스테레오가 뭔지도 몰랐던 내게 `마이마이'는 정말이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신선한 `문화 충격' 자체였다. 스테레오로 들리는 `바람이려오'는 베이스기타의 둥가둥가 리듬도, 세션의 하이라이트인 드럼의 칼 맞춤도 고스란히 귀에 쏙 들어왔다.

보컬 `이용'의 울부짖음은 마치 밀림의 왕자 타잔 같았고, 그 뒤를 따르는 악기들은 코끼리 무리처럼 우렁차게, 때론 원숭이 무리처럼 섬세하게 음악적 세션을 완성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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