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2.11.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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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국내에 있는 모든 원불교 교당과 아프리카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원불교 교당은 한 교당도 빠짐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위령재를 지냈다. 필자 역시 지난 주 일요일에 교도들과 함께 위령재를 올렸다. 축원문을 올리고 천도법문을 하는 내내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다스리느라 곤욕이었다. 먹먹한 마음은 교도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뒤에서 들리는 독경소리가 애처롭기만 하다. 종법사님의 법문을 대독하고 담임교무의 설교 시간이 되었지만 머릿속이 캄캄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법문이 그렇게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가버린 영혼들을 위로하고 또 남아 있는 자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우리가 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기도'밖에 더 있겠냐고 말했다. 부지불식간에 떠나간 그 젊은 영혼들이 잘 떠나 갈 수 있게 기도드리고 유족들이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기를 기도하자고 하였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위정자들의 마음이 지금 슬퍼하고 있는 국민들과 같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원불교의 종법사이신 전산 김주원 종법사님의 법문을 희생자들에게 바친다.

이태원 참사 희생 영령 前에

희생자 영령들이시여!

갑작스러운 참변의 비보에 안타까운 심경 금할 수 없습니다. 졸지에 당한 이번 참사로 영가들과, 가족 친지들이 겪는 충격과 아픔은 또한 무어라 형용할 수 있겠습니까.

영가들께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던 참담함 속에서 목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얼마나 힘들고 두려웠을지, 못다 피운 꿈과 희망에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하면 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영령들이시여!

전 국민이 영가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모든 宗團이 영가들의 영로를 위해 한마음으로 천도 정성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수화풍 사연으로 흩어지는 영가들의 형체는 이미 영가들의 것이 아니니, 이제는 가족 친지들에 대한 사랑, 못다 이룬 꿈과 희망마저 내려놓고 생멸 없는 참 나를 찾아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영령들이시여!

定業은 難免이라, 자비 만능하신 부처님의 법력으로도 정해진 업은 상쇄하지 못하고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오면 가고, 가면 오며, 주면 받고 받으면 주는 것이 만고에 변함없는 상도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이 아픔은 오히려 묵은 큰 빚을 크게 갚아 버린 것입니다.

한 생각을 돌리면 상생의 길이 열리고 모두가 은혜로 화할 것이며, 한 생각을 잘못하면 상극의 길이 열리고 무량고에 헤매게 될 것입니다.

이제 영가들이 가장 바쁘고 중히 해야 할 그 일은 집착과 원진을 모두 놓고 오직 청정 일념을 챙기며, 앞으로 크게 공중을 위해 힘과 마음을 다하기로 다짐하는 것이니, 영령들이시여 원래 생멸 없는 청정무애한 그 자리에서 대안정을 얻으시고 성불제중의 큰 서원을 세우시기를 다음 법구로써 간절히 심축합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 영령들이시여!

생사가 둘이 아니니 가는 자가 오는 자로다.

남이 없는지라 멸함도 없고 멸함이 없는지라 남이 없도다.

나서 옴에 남이 아니요 죽어서 감에 죽음이 아니로다.

남이 없는 고로 멸함이 없고 멸함이 없는 고로 남이 없도다.

원기 107년 11월 6일 宗 法 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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