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노래 `고엽'을 생각하며
가을의 노래 `고엽'을 생각하며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2.11.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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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올가을은 어느 해보다 빨간 단풍이 더 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11월이 중순이 되며 날은 점점 서늘해지고 먼 산이나 아파트 정원의 나무들은 가을이 절정에 달해 붉다 못해 빨갛게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난 가을이 되면 브람스의 첼로 음악을 즐겨 듣는다. 남성의 목소리인 저음이 멋있는 첼로의 선율이 가을을 대변해주는 소리로 들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낙엽이 아름다운 계절이면 많은 시인들과 가수들이 가을을 노래한다. 계절의 아름다움 만 아니라, 마음도 풍요롭기 때문에 좋은 시상과 아름다운 음률이 떠 오르는 것 같다.

올가을에도 라디오나 카페의 음악으로는 단연코 샹송 음악`고엽(枯葉)'이 흘러나온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엽은 시든 식물의 잎을 의미한다. 봄이 오며 연두색으로 시작한 나뭇잎 들이 푸른 여름을 지나고, 가장 아름다움을 뽐내는 성숙한 빨간색이나 노란색으로 변하여 세상의 인간들에게 맘껏 멋을 부리며 교태를 부리다, 빙글 빙글 춤을 추며 땅으로 떨어지는 낙엽, 그리고는 고엽이 된다. 떨어지는 모양을 선율로 만들어 노래 부른 것이 가을이면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고엽'이다.

영어 제목 Autumn Leaves, 프랑스 원제목 Les Feuilles mortes인 이 노래는 1946년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의 시에`조셉 코스마'가 곡을 붙이고 이탈리아 출신 프랑스 가수 `이브 몽땅'이 부른 노래이다. 프랑스의 명배우 `이브 몽땅'이 처음 발표한 후 가을을 대표하는 최고의 노래가 되었다.

이 노래는 아름다운 가사와 가사에 잘 어울리는 쓸쓸하면서도 감미로운 멜로디로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가수들이 커버하고 있는 곡이다. 1946년 처음 프랑스어 원곡이 공개된 이후로 수백 곡의 연주 버전은 물론이고 영어, 독일어, 스웨덴어, 핀란드어, 헝가리어, 아이슬란드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슬로베니아어, 스페인어, 헤브루어, 웰시어 등 세계 각지의 언어로 모두 1,388개 버전으로 커버 되었고, 또한 24곡의 노래에 샘플링되어 사용되었다.

샹송이란 말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는 것이다. 노래가 처음 시작할 때 `이브 몽땅'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를 낭송할 때 샹송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어서 좋고, 느린 멜로디의 음악이 시작되면 마치 낙엽이 나무에서 떨어질 때의 모습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피아노의 선율은 이 노래의 제목이 왜`고엽'인가 알 수 있고,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들도 아! 이 노래가`고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이다.

오늘 저녁엔 가을비가 살짝 내리며, 나무에 의지하며 세상을 버티던 낙엽들이 촉촉히 내리는 빗물에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지고, 그리고 추운 겨울을 지나며 고엽으로 변할 것이다. 고엽이 되어 따뜻한 내년 봄에는 제가 태어났던 어머니 나무에게 영양을 주어 새잎이 돋아나고 새로운 초록의 생명으로 탄생할 것이다. 오늘같이 늦가을 비가 내리는 밤에`이브 몽땅'의 감미로움에 다시 취하며 `고엽'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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