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쇼 오로라
천상의 쇼 오로라
  •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 승인 2022.11.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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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찰떡궁합이 맞는 과학 지인들과 오로라를 보기 위해 캐나다 앨버타주에 있는 옐로우나이프로 겨울여행을 떠났다. 옐로우나이프와 그 주변 수역은 한때 `구리 인디언' 또는 `옐로나이프 인디언'으로 알려진 덴 부족의 이름으로 지었다. 6~9월 정도는 따뜻하고 8개월은 겨울기간으로 매우 추운 날씨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영하 50~60도로 얼음 호수 위로 트럭이 다닐 정도였다.

태양은 폭발을 하면서 플라스마 입자를 방출한다. 이 입자들이 우주로 뻗어나가다가 지구에 도달하게 되면 대기 중 기체와 충돌해 기체를 이온화하는 과정에서 가시광선과 자외선, 적외선 영역의 빛을 띠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 눈에는 가시광선 영역의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극지방의 밤하늘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현상이다.

호텔에서 대여한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방한화와 방한장갑 털모자를 쓰고 걸으려니 몸이 비둔했다. 한밤중에 얼어 있는 호수 위를 작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너무 추워 맨손으로 카메라를 잡으면 쩍쩍 달라붙어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인디언텐트 티피에서 뜨거운 물을 넣은 컵라면을 먹으며 오로라가 피어오르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밖에서 환호성이 터졌다.“브라보! 환타스틱, 와 대박이다”

극한의 동토 밤하늘 상공에서 펼쳐지는 새벽의 여신 오로라의 화려한 춤사위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오로라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명의 신(Aurora)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연한 초록빛과 붉은색이 하늘에 활화산 타오르듯 용솟음치는 오로라는 한 마리 백조가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태양에서 나오는 입자들이 산소와 충돌하면 일반적으로 노란색이나 녹색이 만들어지고 질소와 충돌하면 빨간색, 자주색, 가끔 파란색이 만들어진다.

오로라가 밝아질수록 그 움직임도 빨라지고 커튼이 굽이치듯 꼬이기도 했다. 수억 개의 별과 은하를 배경으로 하늘의 북쪽 전면을 덮어버린 거대한 녹색과 연둣빛 노란색의 장막. 점점 밝아지면서 마치 피아노 건반을 매우 빠르게 두드리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웅장한 서사시가 연출됐다.

지평선 너머에서 등장한 또 다른 오로라의 띠가 바로 머리 위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미 원주민들은 “신들의 영혼이 하늘에서 춤추고 있다”고 했다. 또한 북유럽 사람들은 “전쟁의 여신 발키리가 죽은 전사들을 천국으로 데려가면서 그녀들이 들고 있는 방패가 빛을 반사할 때 보이는 빛”이라고도 했다. 저 우주계곡에 바람이라도 분 것일까? 오로라의 띠가 드넓게 펼쳐지더니 백조의 날개가 봄바람에 흩날리듯 화려하게 형태를 바꾼다.

옐로나이프 상공에 울려 퍼지는 팡파르와 함께 천상의 오로라 쇼가 펼쳐졌다. 우리 부부는 가슴 벅찬 감동에 잠겼다.

돌아오는 길에 간절하게 유언처럼 말씀해준 그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중한 것을 깨닫는 것은 하늘 아래였다. 오로라의 모습은 새벽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밝기와 색깔 모양이 계속 변했다. 일평생 마음을 같이하며 함께 걸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경험할 수 있는 우주의 최대 오르가즘 카타르시스를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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