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길목 엄습한 AI 초동방역에 성패 달렸다
겨울 길목 엄습한 AI 초동방역에 성패 달렸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2.11.10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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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6년 전 AI 악몽이 떠오른다. 음성군 맹동면 오리 사육농장에서 시작된 AI는 전국으로 번지면서 석 달여 만에 37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땅에 묻었다. 진앙 격인 음성에서는 3~4일 간격으로 확진 농장이 꼬리 물면서 55개 농장의 가금류 276만4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청주시 북이면의 메추리농장에서 9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충북도는 농장 출입을 통제하면서 메추리 52만 마리 살처분에 나섰다. 올들어 도내에서 AI가 검출된 5번째 사례가 됐다. AI가 확산하면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가 예상돼 방역 당국이 진장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전국적으로 가금농장에서는 7건, 야생조류에서는 12건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 경북 2건(예천), 충북 4건(진천 1건·청주 3건), 전북 1건(순창)이다. 야생조류 발생은 경북·충남·인천 각 1건, 경기·경남·충북 각 2건, 전북 3건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국에 오염원이 퍼져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달 12일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심각'으로 높였다. 감염 개체가 발견된 지점 반경 500m 내에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금지했다. 감염에 취약한 오리농장과 전통시장 거래농장 가금에 대해 검사를 하고 가금농장의 정밀검사 주기를 단축했다. 육계를 포함한 모든 가금에 대해 출하 전 정밀검사를 하고 이동승인서를 발급하는 한편 전국 가금농장에 대해 방사사육도 금지한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19일 경상북도 예천군 종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자 “차단방역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지시했다.

AI 조기종식에 초동방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까지 경험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초동방역이 잘 이루러진 2017년 6월 AI는 조기에 종식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충북도는 의심 농장 반경 500m, 3㎞, 10㎞ 이내 지역을 각각 관리, 보호, 예찰지역으로 정하고 10㎞ 방역대 내 가금류 사육 농가 49곳에 대해 이동제한 조처했다. 긴급 예찰·검사도 병행하고 있다. 아직은 진천과 청주외 다른 지역은 방역망이 유지되고 있어 초기방역에 구멍이 뚫리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철저한 역학조사와 물샐틈없는 초동방역으로 AI가 더 퍼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AI는 국내에서 2003년에 처음 발생했지만 2014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주로 날씨가 추운 11~12월에 엄습하지만 2008년, 2014년, 2015년에는 봄·가을에 퍼졌다. 2017년에는 초여름인 6월에 발생해 일각에서는 AI가 토착화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초동방역이다. 초동방역은 충분한 방역인력을 확보와 농가의 참여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AI 발생농장들에서는 농장 울타리나 시설에 야생조류의 출입이 가능한 틈새가 발견됐고 차량이나 출입자 소독을 소홀한 점이 발견됐다. 하나의 작업복과 장화로 모든 축사를 출입하거나 발판소독조와 축사 전용 신발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미흡한 방역관리가 다수 확인됐다.

현재로써는 주로 철새들에 의해 발병하는 AI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없다. AI가 발병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살처분을 하고 감염농가 주변을 차단하며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망을 구축하는 방법이 전부다.

언제까지 AI를 연례행사로 치를 수는 없는 일이니 정부와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근본해결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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