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로컬잡지 ‘툭 toook’
괴산로컬잡지 ‘툭 toook’
  •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2.11.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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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사서

 

도서관 마당에 있는 천년 느티나무 잎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진한 갈색 기둥은 품이 더욱 넓어진 듯하다.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바람에 나무는 잎을 파르르 떨어트린다. 나뭇잎은 비처럼 우수수 나붓거리며 떨어지다가 내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가을이 예쁘다. 계절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처음이다.

깊어가는 가을이 아름다운 괴산은 작은 책방이 많다. 인구 3만여명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에 책방이 5개나 있다. 그곳은 앙증맞고 정겹다. 괴산 지역의 책 문화 발전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괴산에서 나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구수한 냄새 나는 책을 발간하기도 한다.

올해 괴산 지역의 책방 5곳과 사진관을 운영하는 7명이 모여 괴산책문화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첫 잡지를 발행하였다. 초록색 나뭇잎 위에 파란 이무기가 `툭' 놓여져 있는 책이 인상적이다.

괴산로컬잡지`툭'에서는 지역에서 수년간 살아온 사람의 아름다운 삶의 여정, 지역에서 책 문화를 꿈꾸며 제2의 삶을 꾸리시는 분들의 희망, 미래를 그리는 청년 농부의 씩씩한 이야기 및 시골의 정겨운 그날인 5일장 풍경까지 괴산 지역의 삶과 이야기를 차례대로 만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사진가의 작업일기 오랜, 그들의 시간' 편에서는 목도리의 작고 오랜 이발관, 성심이발관 어르신이 소개된다.

한 자리에서 40년 넘게 이발소를 하다가 올해 여름 손이 떨려 더 이상 면도를 할 수가 없어 자체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다며 수줍게 이야기를 하시던 어르신에게 성실함을 엿보았다.

1928년생 감물면 어르신은 세 살 적부터 땅에 붙다시피 농사일을 했고 학교 근처에 가본 적도 없으며, 친구도 없고, 그러니 친구들과 놀아 본 적도 없다. 하지만 가난을 한탄하거나 못 배운 것을 원망할 겨를도 없는 일하는 농부로 일생을 살아오신 어르신으로부터 근면함을 배웠다.

이렇듯 괴산 잡지를 읽는 내내 때론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기도 하고, 놀라운 지혜를 가진 어르신 삶의 이야기로 괴산의 과거를 보고, 귀농 귀촌을 꿈꾸는 젊은 농부의 에너지를 통해 괴산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오늘도 괴산의 책방은 예쁜 계절을 가진 괴산을 이야기하고, 지역의 소중한 책방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괴산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에게 이 책을 권한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의 명소 문광저수지 벤치에 앉아서 괴산의 가을을 온몸으로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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