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참사가 명명백백
후진국형 참사가 명명백백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2.11.0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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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정 수필가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국가적으로 망신스럽고 낯 뜨거운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인파가 좁은 골목길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150여 명이 압사당해 숨졌다. 이 참사로 목숨을 잃은 생명의 대부분이 20대 젊은 청춘들이라는 것에 온 국민들은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이태원역 1번 출구로 향하는 폭 4m의 좁은 내리막 골목길에 있던 수많은 인파가 뒤엉켜 도미노처럼 쓰러지면서 비극으로 연결됐다.

급작스런 참사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핼러윈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젊은 생명을 앗아갔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핼러윈은 약 2500년 전 아일랜드 켈트족이 인간의 영혼은 죽음의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는 종교적 기원에서 유래됐고 축제는 성인 대축일 전날인 해마다 10월 31일에 지낸 제사에서 시작됐다.

이후 수 백 만명의 아일랜드인들이 자국에서 발생한 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핼러윈 축제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대표적인 축제가 됐다.

미국인들은 해마다 핼러윈데이가 돌아오면 지하세계의 문을 통해 올라온 악령들을 속여서 돌려보내기 위해 죽음과 불운, 악마를 연상시키는 호박, 거미, 해골 ,마녀 등의 장식물로 집 안팎을 꾸미고 자신도 악령의 모습으로 변장해 돌아다니는 축제를 열고 있다.

이 같은 형식의 핼러윈 축제는 일본을 거쳐 2000년대 중반 상업화가 급격하게 이뤄진 서울 이태원과 홍대 등으로 건너와 우리 젊은이들의 새로운 축제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최근 종교 축제가 한창인 인도에서 지역 명소로 꼽히는 현수교가 무너지면서 140여 명이 숨진 참사와, 인도네시아 축구경기장에서 난동이 발생해 경찰이 최루탄을 쏘자 이를 피하려던 관중들이 출구로 몰리면서 132명이 압사한 사건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 사건을 접했을 때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후진국의 실상이니 뭐니 하며 조롱어린 시선을 보냈다. 우리나라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후진국형 대형사고가 다반사로 발생해 조롱꺼리가 된 적이 있다. 백화점이 붕괴되고, 한강다리가 끊어지고, 여객선이 침몰했다. 이랬던 나라가 지금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며 선진국임을 운운한다. 그리고는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또 다시 수많은 젊은 청춘이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보여주었다. 망신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외신에서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의 출·퇴근 길에는 700여 명의 경찰 요원을 투입하면서도 수 십 만명이 몰려든 이태원 핼러윈 축제현장에는 질서요원 몇 명을 구경하기가 힘들었다고 조롱을 하니 얼굴 들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번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만연한 국민의 안전 불감증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정부의 치안질서유지시스템 부재가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국가가 낳은 후진국형 참사가 명명백백하다

비록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일지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운영해야할 국가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이번 이태원 참사가 똑똑히 상기시켜 주었다. 그래서 정부는 소중한 젊은 생명들을 어처구니없이 사지로 몬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선진국답지 못한 국정 운영 책임을 통렬히 각성하고 성찰해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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