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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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10.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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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
이재경 국장

“우리 그룹이 걸어온 길은 정직한 맛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도전과 혁신의 역사였다.”

국내 제빵업계 1위를 뛰어 넘어 이젠 세계 일류를 향해 성장 중인 SPC그룹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그룹 대표 허영인 회장의 인사말 첫 문장이다.

실제 SPC그룹이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 현대 제빵사(史)의 `전부'라 할만하다. SPC의 전신은 삼립식품이다.

허 회장의 부친인 허창성 전 회장은 1945년 황해도 옹진군에서 빵집 `상미당'을 차렸다. 이후 서울로 본거지를 옮겨 1959년 삼립산업제과를 설립하고 1968년 구로구에 빵공장을 차려 몸집을 키웠다.

이 즈음 대박 `아이템'이 탄생했다. 바로 `삼립호빵'이다. 허 전 회장은 일본에서 유행하던 찐빵에서 영감을 얻어 단팥을 듬뿍 넣은 호빵을 출시해 메가톤급 인기를 끌었다. 몇년 후 내놓은 `보름달'까지 성공,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피해 가지 못했다. 제빵분야에서 벗어나 외식업과 리조트 등의 영역을 넘보던 삼립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오늘의 SPC그룹을 있게 한 사람은 창업주의 차남인 현 허영인 회장이다. `샤니'의 오너였던 허 회장은 삼립이 도산의 길을 걷던 시기에 빵 등 식품산업에만 전념했다. 형이 물려받아 운영하다 부도가 난 삼립식품마저 인수해 선친이 세운 삼립의 역사를 잇게 했다.

허 회장의 경영 수완은 재계가 인정할 정도다. 돈이 될 만한 브랜드를 만들거나 인수·합병해 대부분 성공시켜 한국 제빵 및 외식업계를 사실상 평정했다. 파리바게트로 국내 제빵시장을 섭렵하기 시작해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손을 대는 족족,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에서 유명 햄버거 브랜드인 `쉐이크쉑'까지 성공적으로 런칭해 돌풍을 잇고 있다.

SPC그룹은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글로벌 경영에 나서왔다. 2004년 파리바게트 중국 1호점, 2005년 미국 1호점을 시작으로 2014년 국내 제빵업계 최초로 빵의 본고장인 파리에 진출했다. 이후 지금까지 캄보디아, 프랑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도 다양한 브랜드를 출점해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허 회장은 그룹 홈페이지 인사말에서도 다음과 같이 글로벌 경영을 강조한다.

“한국 베이커리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의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Great Food Company)'로 성장하겠다.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

이런 SPC그룹에 최근 큰 악재가 터졌다. 지난 15일 경기 평택에 소재한 계열사에서 작업 중인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배합기에 빨려 들어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여론은 악화일로다. 사고 자체가 사전 예방이 가능했을 안전 사고인데다 현장의 어처구니없는 사후 대처와 오너의 진정성 없는 늑장 사과 기자회견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노동자 단체는 물론 대학가, 시민단체까지 합세한 불매운동에는 다음 내용의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노동자들의 피 묻은 빵은 먹지 않겠습니다!”

영리에만 급급해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은 무시하고 앞만 보고 질주해 온 SPC그룹에 닥친 최대의 위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골탈태해 그야말로 진정성있는 `정직한 맛으로 행복한 세상'을 여는 기업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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