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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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 소장
  • 승인 2022.10.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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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소장

사하라 사막에 사는 한 부족이 있다. 이들은 사하라 사막의 한가운데 살고 있는데 이들 중에 단 한 명도 사하라 사막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밖으로 떠나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도한 사람 중에 단 한 명도 사막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삶의 터전을 벗어나 사막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중간에 모두 길을 잃어버려 사막에서 목숨을 잃거나 마을로 되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이들이 왜 실패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일단의 연구자들이 이들과 함께 거주하였다.

연구자들이 찾아낸 실패의 원인은 `북극성'이었다.

여행자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의 존재를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북극성은 여행자들에게 현재의 위치를 가늠하게 해주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북극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위치가 변하지 않아서 나침판이 없던 시대의 여행자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유일한 신호였다.

북극성의 존재를 몰랐던 이들은 방향과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 길을 잃고 헤매다가 목숨을 잃어버린 것이다. 북극성의 존재를 알게 된 이들은 마침내 사하라 사막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한다.

삶의 여정에는 두 개의 지점이 필요하다. 하나는 목표 지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점이다. 목표점과 현재점을 연결한 것이 경로가 된다. 두 점이 연결되는 경로의 수는 무한하다. 다양한 경로 중 자신이 선택한 것이 자기 삶의 여정이다. 목표점은 가고자 하는 곳이고 현재점은 내가 있는 곳이다.

우리가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삶의 목표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내가 가고자 하는 지점이 분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인생경로를 설정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정한 목표점과 현재점의 위치가 같아지는 현상이다. 목표점과 현재점의 거리가 짧을수록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에서 가장 큰 문제는 목표점인 기준점을 잡는 일이다. 내가 정한 목표점이 올바로 설정되지 않으면 각고의 노력 끝에 도착한 곳이 내가 바라는 곳이 아닌 것이 된다. 원하던 곳에 도착했지만 후회와 절망만이 가득한 삶이 되고 만다. 우리가 정하는 대부분의 목표점은 이러한 오류를 범한다.

우리는 어떻게 목표점을 정하는가? 어떻게 삶의 기준점을 잡는가?

목표점과 기준점은 북극성처럼 변하지 않아야 한다. 변하는 사람의 마음, 변하는 세상의 가치를 목표로 잡는다면 우리 삶은 실패하게 된다. 상대성을 극복한 절대성을 기준점으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일관된 삶을 살 수 있다. 변하는 곳에 더 이상 마음을 두지 말고, 변하지 않는 곳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절대점과 현재 나의 위치를 가늠하면서 그 거리를 줄이는 노력을 하면 된다.

모든 것이 풍요롭게 열매 맺는 이 가을은 절대자인 신(神)을 만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올바른 인생 경로 설정을 위한 절대자와의 만남, 현재 나의 위치를 살피기 위해 바쁜 일상을 벗어난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을은 사유가 깊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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