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Reset)과 언런(Unlearn)
리셋(Reset)과 언런(Unlearn)
  •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 박사)
  • 승인 2022.10.2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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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 박사)
양철기 원남초 교장(교육심리 박사)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저녁 회식 자리에서 그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성급하고 가벼운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싫다. 그리고 오늘 강의를 망쳤다. 청중 분위기에 눌려 우왕좌왕 했다.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을 설친다.

아, 오늘 하루를 다시 되돌릴 수 없을까? 어제 행동을 다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리셋할 수 있을까?



# 리셋(Reset)

`리셋(Reset)'이라고 하면 컴퓨터에 오류가 나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전원버튼을 눌러 다시 작동시키는 장면이 떠오른다. 컴퓨터처럼 인생도 리셋이 가능하다. 인생을 리셋한다고 시간을 돌리거나 과거 내가 한 행위나 말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리셋하는 순간부터 나 자신을 새롭게 재설정할 수는 있다. 어제까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던지 리셋하는 지금부터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생활에서의 리셋은 자신을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새로운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현실이 변한 게 없더라도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을 접했을 때처럼 자신을 제로(0)상태로 만들어 행동하는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본모습이 다시 나온다고 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다시 리셋하면 되니까. 리셋에 실패했다고 자신을 탓하거나 불만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마다 리셋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리셋을 하는데 누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타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니까. 문제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해하는 자신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묶여 있으면 리셋할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 언런(unlearn)

`언런(unlearn)'은 런(learn: 배우다)의 반대말로 리셋을 잘하기 위해서는 언런(unlearn)이 꼭 필요하다.

언런은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 신념, 가치관, 고정관념, 지식 등 나를 이루고 있지만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들을 삭제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언런은 리셋 된 자신을 만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며칠 전 가기 싫은 모임에 가야만 할 상황이었다. 모임에서 마주쳐야 할 몇몇 사람들에 대한 좋지 않은 경험들이 있어서이다. 가서 인사는 어떻게 할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등등 생각이 복잡해지며 모임 장소로 향했다. 순간 리셋과 언런이 떠올랐다.

`내가 왜 이래야 하지. 내가 왜 그분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리셋하자. 지금 이 순간부터 그 몇몇 회원들과 나와의 관계를 제로(0)상태로 돌리자. 그들과의 안좋았던 경험, 선입견 고정관념을 언런(unlearn) 하자.'

긴 호흡을 하고 모임 장소에 들어섰다. 그들은 그냥 한 사람의 선배고 후배고 동기들이었다. 나는 백지상태로 그분들을 담담하게 그리고 반갑게 만났다. 의외로 마음이 편했다. 모임이 끝나고 나올 때까지 큰 불편함이 없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꼭 필요한 언런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다른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나의 모습을 언런하는 것이다. 둘째는 내가 생각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내보내는 것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니까'라는 고정관념을 언런하는 것이다. 나에 대한 것이든 타인에 대한 것이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데 모든 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예단하려 드는 버릇을 언런(unlearn)하고 리셋(reset)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자유로운 삶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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