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선물
여행이 주는 선물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2.10.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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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마흔아홉 즈음에 시작한 일이 몇 있다. 그 중 시작을 거의 반강제적으로 한 것이 있다. 정적인 성향이 있는 내가 동적이 것을 배워야 했으니 큰 용기를 내야 하는 타의적 모험이었다. 이는 내 삶을 통틀어 가장 파격적이고 나의 생 어느 한쪽 편에도 없던 배움이다.

겁 많고 순발력엔 둔자란 소릴 허다하게 듣던 나인 줄 알면서, 서방이라는 작자는 기어이 날 안장에 앉혔다.

둥그런 바퀴가 넷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달랑 두 개뿐인 자전거! 붙잡고 서 있는 것도 버거워하던 나였으나 그렇게 시작한 지 십 년이 지난 지금, 국토종주 자전거길 수첩에 인증 도장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내 몸과 마음에 근육도 함께 채워가고 있다.

예정에 없던, 억지로 시작한 배움의 과정과 나의 자전거 분홍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내 삶 속으로 스며들어 자신감 향승과 질주본능의 쾌감을 슬쩍슬쩍 올려준다.

예정에 없던 사고를 맞닥뜨린 주인공, 상황을 무사히 이겨내는 것을 넘어 찾으려 했던 해답을 찾는 과정을 그린 책이 있다. `완두의 여행이야기/다비드 칼리/진선아이'가 그렇다. 자그마하고 얄포리한 그림책이지만 반복되는 일상의 고리에서 한 걸음 벗어나 새로운 일상을 살아내기 위한 완두의 여행 이야기를 그린 사랑스런 책이다.

제목에서 눈치 챌 수 있듯이 주인공 완두는 완두콩만 해서 이름도 완두다. 고난을 안고 시작된 생이지만 거듭되는 시간과 나날을 보내며 완두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터득한다. 난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올 때쯤에서야 터득한 걸 완두는 기특하게도 일찌감치 꿰뚫는다.

여행은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세상을 만나는 행위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떠나든 느닷없이 떠나든 가슴에 품고 가는 것은 세상의 낯섦을 조우하는 것일게다. 비행기의 추락으로 의도치 않았던 불안한 낯섦과 만난 완두, 자전거 타기란 두려운 낯섦과 만난 나! 이 세상에 콩알만 한 존재로 태어난 내가 콩알만 한 크기로 태어난 완두에게서 위안과 위로를 얻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익숙한 상황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익숙한 위기를 대하는 태도는 인간의 수만큼 다르다. 다양한 길에 발을 내 디딜 때 나의 경험에 선인들의 경험을 보태어 힘을 낸다. 그 실마리는 문학이라는 분야와 격언이라는 말에 숨어 있다.

난 <완두의 여행이야기>에 브하그완 S 라즈니쉬의 `여행이 주는 세상에 대한 지식, 집에 대한 애정, 자신에 대한 발견'이라는 세 가지 유익함을 보태어 방향을 찾아본다.

이 말을 난, 가슴과 뇌리에 품은 타향에 대한 감성과 지식을 자신에 대한 발견의 마중물로 환원 시켜 고향에 대한 애착의 물을 끌어올려 발걸음을 집으로 향하는, 본연의 나로 향하게 하는 힘으로 만들어 보자는 말로 이해하기로 한다. 그리고 여행이 주는 선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도록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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