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섬
사라져가는 섬
  •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 승인 2022.10.19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김영기 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는 청춘들이 신혼 여행지로 선호하는 곳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라면 어느 곳인들 기쁘고 행복하지 않겠는가마는 몰디브는 지상의 파라다이스다. 햇살에 빛나는 백사장, 푸른 바다가 겹겹이 펼쳐진다. 완벽한 그림을 만드는 허니문 여행지로 첫손가락에 꼽힐 만큼 로맨틱한 휴양지다.

두바이를 거쳐 인도의 서남쪽에 있는 산호섬으로 갔다. 119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이지만 사람들이 사는 곳은 200여개 정도의 섬들이다. 그림 같은 바다 수면위에 다양한 리조트를 지어 놓았다. 새의 꼬리 형상을 하거나, 물고기 모양을 한 것도 있으며, 어항 같이 꾸며진 것들이 이국적이었다.

산호는 해파리나 말미잘처럼 강장과 입, 촉수를 가진 자포동물이다. 촉수에서 키우는 편모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만든 영양분으로 살아간다. 낮에는 외골격 속에 있다가 밤이 되면 독성이 있는 촉수를 펼쳐 지나가는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물고기, 갑각류 등을 기절시켜 잡아먹기도 한다. 산호의 석회질 외골격이 얕은 바다에 쌓여 만들어진 것이 산호초다. 몰디브는 이렇게 만들어진 산호섬이다.

백사장은 산호들이 많아서인지 발끝에 닿는 감촉이 아기의 살결같이 부드럽다. 바다 색깔은 비취색으로 청아하고 매혹적이다. 맑은 물속으로 온몸을 던졌다. 총천연색 열대 물고기들이 따라다니면서 바다 속 천 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노닌다. 물고기들이 친구가 온 줄 알고 주둥이로 발끝을 쪼아대며 인사를 했다.

하늘 물빛 바다 파란 바다가 끝인지 푸른 하늘 지평선이 끝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산호는 해양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존재이다. 전체 해양생물의 약 25%가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온갖 해양생물이 포식자를 피해 산호초에 숨어 먹이를 먹고, 번식하여 풍요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

산호초를 멸종으로 이끄는 주범은 바닷물 산성화와 지구온난화다.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약 1/3이 바다로 흡수된다. 그로 인해 바다의 산성화가 과거보다 10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산호는 수온이 18℃보다 낮거나 30℃보다 높을 경우 자신의 몸속에 살아가는 공생조류를 내보낸다. 산성화된 바닷물은 산호초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을 녹여 산호초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백화현상은 산호가 우리들에게 마지막으로 보내는 편지다.

엠부두 빌리지 리조트에 머무르며 휴식을 만끽했다. 책을 읽는 이도 있고 노래와 기타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세상 소식 끊고 거추장스런 신발을 벗은 채 자연으로 살라(No News, No Shose)'라는 푯말이 보인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바다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뒤집어 놓은 듯 아름다워 손가락만 살짝 가져다 대도 하늘에서 푸른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이곳에 와서도 세상의 걱정을 하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몰디브 섬이 수면 아래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산호초가 사라진다는 것은 이를 서식지로 삼고 있는 해양생물의 생존에 큰 위기를 맞게 한다. 온실가스를 줄여 바다의 산성화와 수온 상승을 막아야 한다. 산호초에서 살아가는 물고기 종류만 해도 1500종에 이르니 `바다의 열대우림'인 것이 분명하다. 태고시절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산호섬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당면 과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