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점프(Rabbit Jump)
래빗 점프(Rabbit Jump)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10.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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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우리는 꿈 꾼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올해보다는 다가올 내년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꿈을 갖는 동안 팔자 탓, 조상 탓, 이름 탓을 하면서 현재의 초라함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세상은 언제나 남의 편이었고 쪼들린 삶은 늘 제자리였다.

내가 변하지 않는 데 세상이 변할 리 없다는 뼈아픈 얘기에도 쥐구멍에 볕들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희망고문이 힘든 삶을 유지하는 동아줄인지도 모른다.

내년은 계묘년. 그것도 검은 토끼해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대표 저자로 참여해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는 2023년을 관통할 키워드로 `뛰는 토끼(RABBIT JUMP·래빗점프)'를 선정했다.

12지간지에 맞춰 내년을 대표할 10가지 트렌드를 알파벳 10글자로 조합해 만든 `RABBIT JUMP'. 우리는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3년 만에 지났으니 내년엔 걷지 않고 뛰어가는 토끼처럼 도약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내년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트렌드 코리아 2023'이 가장 먼저 꼽은 트렌드는 바로`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 rage)이다. 가장 잘사는 계층과 가장 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평균치인 중산층이 무너진 지 오래다. 잘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힘든 사람은 더욱 힘들어진 요즘 경제는 승자독식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됐다.

김난도 교수는 평균 실종의 이유로 양극화 심화, N극화 심화, 단극화 심화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고금리가 예상되는 내년엔 일부는 이자 소득이 늘고, 일부는 부채가 늘어나는 등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여기에 사람들의 취향도 각자 너무 달라져서 이젠 평균을 내는 것 자체가 쉽지도 않고 의미도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교육을 통한 계층 사다리가 끊어진 교육만큼 양극화가 심한 분야가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이 발간한 `서울대 법인화 10년을 되돌아본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신입생 중 강남·서초구 소재 고교 출신은 올해 10.4%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9%대를 유지하다가 올해는 10%를 넘겼다. 특히 서울대 신입생 중 수도권 학생 비율도 2018년 63.9%에서 올해 64.6%로 올랐다. 눈여겨볼 대목은 서울대 기회균형선발 비율이 올해 모집인원의 5%에 불과한 반면 다른 국립대는 기회균형선발 비율이 평균 19.6%라는 점이다.

돈 먹는 하마로 불리는 법조인의 관문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재학생 3명 중 1명 이상이 연소득 1억2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 경우 고소득층 비율이 65%로 전국 25개 로스쿨 중 가장 높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20~2022년)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 소득구간별 재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고소득층(9~10분위)은 3년 연속 40% 이상이었다. 특히 올해 전국 로스쿨 학생 3474명 가운데 고소득층은 1579명으로 45%를 차지했다. 반면 저소득층(기초~소득 3구간 이하) 학생 수는 20%대에 그쳤다.

부모 찬스, 조부모 찬스 등 비빌 언덕이 있는 이들에게는 경제 불황도, 고금리도 남의 일이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필요도 없고, 영혼까지 끌어다 집을 사야 할 만큼 절실하지도 않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40세대 성인남녀 38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보니 대한민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뒷받침돼야 할 조건 1위에 `부모님의 재력'이 꼽혔다.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불편한 진실 앞에 토끼처럼 뛴들 무엇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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