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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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 승인 2022.10.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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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강석범 충북예술고 교감

 

“아빠 피아노를 하루에 16시간씩 친다는 게 말이 돼요?”

“그러게? 설마 임윤찬이 거짓말을 하겠어?”

하긴 4~5시간 연습만으로도 체력이 탁탁 털리는 녀석의 패턴으로 보아,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하루 연습량 16시간은, 혹 약간의 과장이 섞였다 할지라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거나, 한편으로 인정하기 싫은 인터뷰 내용인가 보다. 더군다나 형아 뻘 이긴 하지만 같은 10대 음악인 자존심으로, 아들은 한동안 임윤찬의 존재를 극히 외면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들 녀석이 갑자기 흥분해서는 “아빠 하루 16시간 가능하대~”

“뭐가?”

“임윤찬요~ 임윤찬 같은 사람은 하루 16시간 연습할 수 있다네요?”

“누가 그래?”

“레슨 선생님이요~” “선생님은 조성진 피아니스트랑 친구고, 임윤찬과도 같이 연주해보셨는데, 그 둘을 보통 천재라고 할 수 있대요. 조성진은 5학년 때부터 알았는데 선생님이 조성진 따라잡으려고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다음 날 조성진은 더 멀리 가 있더래요. 그래서 그때부터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친구구나…. 하며 자신은 자신의 루틴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대요. 천재라 일컫는 그들은 1시간을 치면 스스로 발전한 걸 느낄 수 있는 수준이래요.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그래서 10시간 넘게 할 수 있는 것 같대요. 내 경우는 4~5시간 치면 아주 조금 발전한 걸 스스로 알거든요? 그러니 그들의 1시간은 나의 5시간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니?”

“모르겠지만 박 선생님처럼 나의 루틴을 만들어 최선을 다해보는, 그런 방법이 옳은 것 같아요”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아빠 오늘 기분이 좋으면서도 충격받은 일이 있어요”

“이번엔 뭔데?”

“선생님께서 내 연주를 들으시고는, `좋은데? 좋아~'를 여러 번 하셨어요. 그런데 부분 표현을 지도하기 위해 새끼손가락으로 건반을 하나 쳐 주셨는데, 순간 헉! 숨이 막혔어요~”

“너무 잘 치셔?”

“그게 아니라, 딱 건반 하나 치셨는데, 예를 들어, 내 소리가 10이라 가정할 때, 선생님의 소리는 100이었어요. 소리크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해서 소리의 질감이랄까? 느낌? 뭐 그런…. 도대체 같은 피아노에서 내 소리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고 질문을 했어요. 그랬더니 뭐라 하신 줄 알아요?”

“뭐라셔?”

“연습량의 차이!” 와~ 정말 충격이었어요. 도대체 얼마만큼 연습량 차이가 있기에 건반 하나 소리가 이렇게 다른지….”

아이는 그날 자정 넘어 새벽까지 치고 또 치고….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엿보니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다.

보통 때 같으면 `피곤하니 일찍 자라' 했겠는데 그날은 모른 척하고 살금살금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더 연주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침대에 누워 혼자 이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내 아들보다 최소 5배 뛰어난 능력(아들 말 기준으로)은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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