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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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10.17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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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화재는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이 말을 들은 모든 국민이 놀랐을 것 같다. 카카오의 양현서 부사장이 한 말이다.

양 부사장은 지난 16일 카카오톡과 다음 등의 먹통 사태의 원인이 된 경기도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저희(카카오)가 예상하는 리스크(위험)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화재 발생 시 사고에 대해서는 애초에 대응 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말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자 국민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각종 포털에 올려진 뉴스에는 `믿겨지지 않는다', `이걸 말이라고 하나', `국민의 데이터를 수집해 갖고 있는 회사에서 할 말인가' 등.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양대 포털 중 하나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2인자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이번 화재는 당연히 단순 화재가 아니다. 참사라고 불러도 할말이 없을 정도의 `사태'다.

만약의 사고 특히 화재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국가의 국민의 기간 소통망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톡이 일순간에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단순히 소통만 중단된 게 아니다. 카카오가 서비스 중인 금융 및 결제 서비스마저 중단돼 생업 중인 수 많은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카카오 사태에 대해 회사 측의 부실한 대응 시스템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곳은 국내 1위 포털 기업인 네이버도 입주해 있었다. 똑같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면서 화재 피해를 당했지만 네이버는 첫 날 일부 쇼핑 등 일부 서비스 접속이 지연됐을 뿐 네이버 밴드나 여타 서비스 모두 정상으로 제공됐다.

네이버가 사전 재난 대응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대응한 반면 카카오는 미흡했던 셈이다.

사전 재단 대응 시스템은 첫 째가 `데이터 사전 백업(복사)', `전산 처리 서버 이원화 조치', `신속한 장애 복구 체계'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카카오는 이같은 대응 시스템의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사흘째 온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카카오와 같은 통신 사업자들은 화재나 지진 등으로 데이터센터가 한 곳에서 작동에 차질을 빚게 되면 마땅히 다른 곳에 위치한 센터에서 실시간으로 백업 시스템이 작동돼 먹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화재 때 그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미흡한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행 방송통신 관련 법에는 카카오, 네이버 등의 부가 통신 사업자는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 계획 대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 국가 기간 소통망을 운영하는 이들 두 곳에 대해 아무런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첨단 산업 발전 저해와 기업 재산권 침해라는 논리에 밀려 정부가 추진한 입법이 국회에서 묵살된 탓이다.

카카오 사태가 발생하자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정부와 카카오에 포문을 열고 있다.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은 “소비자인 국민을 봉으로 생각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으며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첨단 IT국가에서 원시적인 두꺼비 집 화재사건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국회는 20대 때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발의한 방송통신기본법을 `기업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스스로 발로 차서 폐기한 전력이 있다. 이번 국회는 제대로 처리할 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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