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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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승인 2022.10.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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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배경은 단재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올여름 독서 프로젝트 한 팀의 주제는 '비건과 환경`이었다. 내겐 생소하고 낯선 '비건`. 채식주의의 순한 맛부터 차근히 읽어가는 독서에서 문화와 정책이 던져준 프레임에 맹목적으로 갇혀 사육당했다는 것을 체감했다.

남의 살, 고기가 좋다. 코로나 19로 회복 중일 때 가장 많이 먹은 것이 `붉은 고기'다. 삼계탕을 삼일 연속으로 먹은 날도 있다. 희한하게도 남의 살을 먹을수록 조금씩 몸이 좋아졌다. 마치 흡혈귀가 된 기분이다. 읽기와 살아내기의 간극이 너무 커 고민이었다. 일상에서 하루라도 온전한 채식으로 생활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남의 살로 기운을 차린 죄책감(고마움)이 새삼 밀려온다.

작가 소윤경이 쓰고 그린 『레스토랑 sal』의 주인공은 어린 여자아이다. 엄마에게 이끌려 화려하고 우아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에 입장한다. 아직 길들이지 않은 어린아이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상냥하고 친절한 멘트와 대조적으로 동물 학대 장면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깨닫게 해준다. 육식의 폭력(?)을 문지방에서 아슬아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래도 육식이 좋은지, 무엇이 인간에게 더 좋은지, 어떤 육식이어야 하는지.

작품 초반에 음식을 먹는 사람의 입만 클로즈업해서 묘사한 장면은 그로데스크하다. `내 입이 저렇단 말 야?' 하지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산업 역군을 기르기 위한 근대인의 식단은 고기, 우유, 설탕, 카페인이다. 모두 서구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고기와 우유는 동물착취, 커피와 설탕은 식민지 착취로 가능했다. 이것의 섭취는 주체적인 선택이었다기보다 국가정책 때문이다. 먹는 것과 끼니의 차이는 먹는 입에 달렸다. 주는 대로 먹을 것인가, 따져보고 먹을 것인가, 피곤하고 복잡한 인생에 먹는 것까지 따져가며, 핏대 세우며 먹어야 하나 피로감이 있지만, 결정권을 권력에 맡기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권력은 빼앗기는 게 아니라 스며들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 표지엔 무분별한 육식과 포획된 섭취에 대한 충고가 쓰여있다. `Pain of Salvation' `구원의 고통'이다. 양가 적인 마음을 말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읽는다. 구원으로 가는 길은 고통이지만 평안에 이르게 되는 것과 지금은 달콤하지만, 구원을 외면하면 고통스러운 결말이 되고 말 것이라는 말로 읽힌다. 지구 환경과 인간의 식탐에 대한 구원의 합리적 균형지점을 찾아야 한다.

농업혁명의 대사기극 시대부터 점점 단단해진 공장식 축산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한 해에 식용으로만 12억의 동물을 죽인다. 전 세계 포유류 중 36%는 인간, 60%는 인간이 먹기 위해 가르는 가축, 4%만이 야생동물이다. 음식뿐 아니라 실험, 전시, 오락, 의류 등의 이유로 동물을 죽인다. 작품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는 “수족관 물고기의 평화로움을 바라보다 결국 채식주의를 결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비건은 어렵지만 '비거니즘`은 삶의 반경을 넓히는 방향성이기에 작금의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를 생각한다면 실천할 것이 있다. 분리수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주 1회 하루는 육식하지 않기, 공장식 축산의 폭력성 이해하기, 동물실험하지 않은 제품 소비하기, 동물의 털로 만든 옷은 입지 않기 등 다양하다. 이 중에 하나라도 실천할 수 있다면 당신은 비건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도 음식 이전에는 살아있는 생명이었다. 우리의 유일한 서식지 지구가 더 평화롭기를, 덜 고통스럽기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새로운 가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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