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요를 사랑하는 이유
내가 동요를 사랑하는 이유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2.10.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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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작은 시골 마을 오래된 학교,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 자리에 앉아 노래를 시작한다. 노랫소리가 교실 가득 울려 퍼지면 그 울림은 하나의 하모니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노래를 듣는 사람 모두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노래는 하나가 되었다가 둘이 되었다가 다시 하나가 되기도 하고, 쉼표 하나에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되며 간혹 뛰어가기도 하고 점프하기도 했다. 그렇게 노래의 울타리 속에서 신나게 놀다 보면 아이들은 점점 아이다워지고 선생님도 어느새 아이들과 같은 다정한 어른이 된다.

나의 첫 발령지, 충주 세성초등학교에서 그렸던 그림 같은 회상이다. 눈을 감고 노래를 읊조리다 보면 어느덧 나는 그곳에서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내가 교사로 시작한 곳이자 동요 작곡을 시작한 곳이기 때문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이들이 동요를 즐겨 부른 것은 아니다. 나는 교사로 처음 부임 받은 학교에서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말았다. 10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이 “화장을 고치고~, 사랑이란 길지가 않더라. 영원하지도 않더라~” 라는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모습이었다. 어른들의 발성을 흉내 내고 비음을 섞어가며 부르는 모습은 나에겐 불협화음처럼 들렸다. `왜 아이들이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리고 며칠 동안 메아리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냈다.`맞아~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또래 문화에 걸맞은 노래를 모르기 때문이야.'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동요를 작곡하기 시작한 것이 말이다. 아이들을 위해 전통적인 동요가 아닌 현대적이고 감성적인 스타일로 처음 `반가'를 만들었을 때 아이들은 그 노래를 처음 받아본 선물처럼 소중하게 생각해 주었다. 마치 내것이라고 생각하듯 너무나 즐겁게 불렀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작곡한 노래의 수가 하나둘 늘어날수록 아이들은 동요를 `우리들의 노래'라고 생각하며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보여졌다.

왜 아이들은 좋은 노래를 불러야 할까?

노래가 가진 힘 때문이다. 말에는 힘이 있다. 말에 가락을 붙여 부르면 널리 퍼져 그 힘은 배가 된다. 꿈을 담은 노래는 부르는 사람을 꿈꾸게 하고 실천할 힘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하게 할 수도 있으며 어렵고 힘든 상황을 공감하여 현실을 딛고 일어서게 하는 힘을 가지게 한다. 독창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화음은 사람의 마음을 매료하고 위안을 준다. 내 마음을 돋보기로 본 듯한 노랫말은 자꾸 흥얼거리게 되고 창의적인 메타포가 가득한 노랫말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힐링과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한다. 이 땅의 아이들이 좋은 노래를 즐겨 부르게 하는 것, 교사로서 아니 작곡가로서 나의 사명이다.

아이들이 예쁜 동요를 즐겨 부르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위 학급의 교사들이 좋은 노래를 즐겨 듣고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이다. 소극적으로 흘려듣기부터 교육과정과 연계해 활용하는 적극적인 방법까지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나아가 교육지원청은 수업 현장의 다양한 측면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고 본다. 동요의 일상화를 통해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즐겨 부르는 것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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