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작별인사
  •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2.10.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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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살면서 기쁜 순간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괴로움에 시달리거나 혹시 찾아올지 모를 잠깐의 기쁜 순간을 한없이 갈망하며 보냅니다. 갈망, 그것도 고통입니다. 그리고 삶의 후반부는 다가올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으로 보내게 되고 죽음은 잊지 않고 생명체를 찾아옵니다.'

살면서 우리가 진짜 기쁘거나 즐겁다고 느끼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도서 `작별인사'(김영하 저)는 휴머노이드 로봇 민이, 복제 인간 선이, 최첨단 로봇이지만 인간이라고 믿고 있던 철이까지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인류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의 흐름을 보여준다. 첫째는 인간의 의식이 있을 때의 삶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살면서 기쁨의 순간을 느끼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일주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지는 휴식은 하루 이틀이다. 하루를 기준으로는 퇴근 이후의 시간은 저녁 시간 3~4시간이 유일한 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기쁨의 시간보단 버티는 고통의 시간을 대부분 살아가고 있다.`의식과 감정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는 인간이든 휴머노이드든 간에 모두 하나로 연결되고 궁극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정신으로 통합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은 잠시 동안이다. 모든 물질은 절대적인 무와 진공의 상태의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의식이 있는 찰나의 삶 속에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의식이 있는 순간은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간의 멸종을 말한다. 인간은 감정과 이성을 조합해 판단을 내리지만 인공지능은 프로그램의 논리에 따라서만 움직인다. 마지막에 이르러 인간은 모두 AI가 주는 쾌락에 취해 살다 종족 번식을 오히려 귀찮아하고 자멸하게 된다. 기계 역시 프로그램 논리에 따라 계속 살아가는 게 불필요하기에 생산을 멈추게 된다. 인간이 인류에게 작별인사하는 것이 이 소설의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멸종을 막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막을 필요가 없어지는 날이 자연스레 오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 휴머노이드를 통해 `더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스는 `머지않아 너는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모두가 너를 잊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복제 인간이 태어나고, 최신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이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다고 해서 좋은 의미를 남기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미래는 `과학적'인 접근이 아닌 `인간다움'의 접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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