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고빈(淸稅孤貧) 5
청세고빈(淸稅孤貧) 5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2.10.06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고산이라는 산 아래는 살기 좋은 곳

쌀과 땔나무 흔하고 이웃이 많은데

무심한 촌로는 뛰어난 수단이 적어

빌려온 집안의 불씨를 남에게 주네.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청운사 주변의 느티나무는 이제 그 이파리들을 갈무리하려 합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격외도리형 공안인 무문관 제10칙 청세고빈(淸稅孤貧) 5 입니다.

무문 선사는 게송하기를 “가난하기가 범단(范丹)과 같고 기개는 항우(項羽)와 같은데 먹고 살 활계(活計)도 없으면서 감히 부와 맞선다”라고 하였습니다.

무문 선사는 게송에서 청세의 가난을 범단에 비유하고 그 기개는 항우와 같다고 칭찬하고 있습니다.

범단은 당시 청빈한 이의 대명사로 자는 사운(史雲)이라 불렸습니다. 그는 유불선 삼교에 능통한 대학자였는데 무문 선사는 이 청세 스님의 청빈함을 범단에 비유했고 그의 기개를 힘이 센 항우장사라고 했습니다.

청세 스님을 이 두 사람에게 비유한 이유는 스님이 청빈한 점 그리고 당시 조산 선사 같은 대 선지식에게 맞서는 그의 의기를 항우장사에 지지않을 기개라고 찬탄하였기 때문입니다.

청세가 무일푼의 거지라고 할지라도 구도(求道)를 향한 용맹심은 대단하다 여겨집니다. 그러나 활계가 없다고 한 것은 처음에 청세스님이 “제가 청빈하니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하면서 처음에 나선 것은 범단이나 항우와도 같은 기개였으나 나중에 청세라고 부르니 “네”라고 대답한 대목은 탐탁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어찌하여 “네”라고 하는 그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지노릇하고 외로움에 지쳐있다고 말하는지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우주가 다 내 집이고 만물이 다 내 재산인데 무엇 때문에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고 마시고 싶은 것도 마시지 못하는가? 라고 말입니다.

중생이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고 잠자고 싶을 때 잠잘 수 없어 늘 궁핍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빗대는 말입니다.

이 마음자리를 확철하게 깨달은 부처는 부족한 게 없습니다. 늘 지금 여기 이 마음자리에 불생불멸하게 머문다는 겁니다.

부처님께서는 부처가 되는 길을 일상의 생활 속에서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일상을 생활하다 보면 지극한 선정에 이르고 결국에는 지혜가 나타나서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수행자에게 있어서 가난은 미덕입니다. 이 때의 가난이란 물질적 가난이 아니라 마음의 가난입니다. 아무데도 집착할 것이 없고 어떤 상황에도 분별심이 일어나지 않는 가난을 말합니다.

우리가 탐. 진. 치 삼독심으로 가득 차 있다면 아무리 물질을 적게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가난한 것이 아닙니다. 마음의 가난이란 끊임없는 자기성찰의 철저한 수행에서 비롯됩니다. 진실로 그 마음에 무일물하여야 무진장한 세상을 자유로이 노닐 수 있게 되지요.

다음 시간에는 제법실상형 공안인 무문관 제11칙 주감암주(州勘庵主)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