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계절
국정감사의 계절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2.10.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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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쓴소리는 진짜 약이 될까?

들으면 상처받고 마음 상하는 게 쓴소리다. 바른 소리인 줄 알면서도 듣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중국 주왕은 바른말 하는 충신을 불구덩이에 밀어 넣기까지 했을까.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올해도 피감 기관을 향한 국회의원들의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칭찬보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송곳 같은 질문에 기관장들의 민 낯도 본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잘못한 일은 눈감아주고 덮어주면 좋으련만 세상이 어디 그런가.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국정감사는 늘 가시방석이다. 앉아 있으면 불편하고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해명을 할라치면 되로 주고 말로 받을 만큼 더 큰 질타를 받는다.

충청권 4개 시·도교육청과 국립대(충북대, 충남대)·병원기관(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오는 13일 세종교육청에서 열린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에 요구하는 자료는 1000여 건에 가깝다. 국회의원들은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분야 자료를 요구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새로울 것도 신선할 것도 없다.

올해도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학교폭력, 성 비위 교원 및 교수 징계 현황, 스쿨존 내 교통사고,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 격차, 사서 배치현황,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총장 연봉 등등. 연도만 다를 뿐 내용은 유사하다.

학령인구는 감소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폭력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지성인을 길러내는 대학에서는 여전히 교원 비위가 끊이질 않고 있고 비위 교원들은 버젓이 강단에 서고 있다.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여, 야 편을 갈라 질타하고 호통친다. 그럴 때마다 피감기관장들은 앵무새처럼 “개선하겠다”“시정하겠다”“검토하겠다”는 말로 위기를 넘긴다. 딱 거기까지다. 감사 하루 만에 달라질 것이라면 우리나라 교육이 길을 잃을 리가 없다.

왜일까? 피감기관들은 국정감사를 잠시 피하면 되는 소나기로 여긴다. 국회의원들 역시 피감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로 제 할 일을 했다고 착각한다.

국회의원이 공개한 국감 자료를 보자. 전국 10개 거점국립대학교의 2021년 재학생 1인당 평균 종이책 대출 건수는 3.25권으로 2017년(6.35권)과 비교해 3.1권 줄었다. 자료를 발표한 국회의원은 대학생들의 독서량이 줄어드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디지털 매체가 익숙한 대학생들의 독서패턴을 반영해 전자책 확대 등 독서환경 변화를 주문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의 독서패턴이 변한 지는 오래전이다. 대학 도서관에 전자책 보급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취업이나 진로 등 불투명한 미래 걱정 탓에 대학생들이 종이책도, 전자책도 읽을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대학생이 급증했다는 국감 자료 역시 대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대학생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반문할 것이다. 불경기에 취업할 곳이 없는데 학자금을 어떻게 갚겠냐고. 청년 실업률이 높은 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뒷짐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어찌 보면 되레 질타를 받아야 할 사람은 국회의원인지 모른다.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교수가 최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만 49세의 나이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된다. 장관 재임기간은 923일에 달한다. 이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되면 10년 만의 복귀이자 두 번 같은 장관 자리에 오르는 진기록을 갖게 된다.

대통령도 교육부 수장에 10년 전 올드보이를 선택하는 마당에 국회의원이나 피감기관이 달라지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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