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평등하지 않다
마스크는 평등하지 않다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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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의무는 해제되었으되, 구속으로부터는 온전히 해방되지 못했다.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었으나 사람들은 대체로 편안하지 않다. 위험성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아직 방송 화면에는 코로나19의 감염 상황에 대한 자막이 실시간으로 흐른다.

3년이 다 되어가는 긴 세월 동안 강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던 사람들은 `종식'이 선언되지 않은 어정쩡한 과학적(?) 방역에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직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조치의 강제성은 유효하니 외출할 때 마스크는 필수다. 이걸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하는 건지, 아니면 목에 매달거나 팔뚝에 감고 다녀야 하는 건지 참으로 애매모호한 것이 꼭 우리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처지와 같다.

우리는 그동안 마스크를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기며 순종해 왔다. `도덕적으로 필연성을 가지는 요구로서 인간의 의지 및 행위에 부과되는 강제나 구속'의 뜻으로 마스크 착용의 의무는 자발적이었고,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가치 판단의 기준은 `법률적으로 사람에게 강제되는 구속'의 의미로 통제되어왔다. 그 위태로움과 두려움에도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은 반항하거나 거부하지 않았고, `자유'는 대체로 아껴두어야 하는 소중함이었다.

마스크를 벗는다. 청명한 가을 햇살을 민낯으로 마주할 수 있는 기쁨이 얼마만 인가. 아주 가깝게 다가가지 않아도 아는 사람, 반가운 이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새삼스러운 일인가. 축축한 물기를 서둘러 빼내는 나뭇잎들의 아주 흐릿하게 고소한 냄새와 쪽빛 하늘에서 지상으로 퍼지는듯한 가을의 포근한 내음을 마스크 없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은 또 얼마만 인가.

그럼에도 마스크 없는 바깥의 자유는 해방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정연하지 못한 과학적 방역은 여전히 불안하다.

엄격한 규정을 정해 억제하고 통제하며 강제하는 일이 인간의 본능과 욕구, 그리고 권리를 침해하고 개성을 말살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므로 마스크를 의무함으로써 `자유'를 박탈하는 일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강제와 통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생명을 지킬 수 있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집단지성의 세계를 만들면서 끝내 정상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을 볼 수 있게 됐다는 건 참으로 거룩한 일이다.

코로나19의 `처음'은 여태 석연치 않으며, 원인도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공간인 `바깥'의 세상에 적용되는 `마스크 없어도 됨'은 다분히 선언적 조치에 불과하다. 안과 밖, 사회적 통제와 참여 대신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세상에서 코로나19의 말끔한 `끝'에 대한 믿음이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50인 이상 모이는 실외 집회·공연장·스포츠경기장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으나, 마스크를 말끔하게 벗는 `자유'는 여전히 완벽하게 용납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재난은 언제나 더 가난하며 더 서러운, 그리하여 살아있는 모든 나날이 더 위태로운 사람들에게 더 혹독한 시련과 상처와 희생을 남겨주는 것처럼 의무 해제의 `선언'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불안의 크기와 강도 또한 그렇다.

시커먼 새벽의 어둠 속에서 거리를 청소하며 쓰레기와 씨름하는 사람들, 여러 사람의 먹는 즐거움을 위해 동트기 전부터 전투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병마와 겨루며 환자를 돌봐야 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 이전부터 끝이 되어도 결코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를 벗고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끝이 끝내 회복될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얻은 가난한 노동자, 자영업자, 그리고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들에 이르기까지 마스크는 절대로 평등하지 않다.

마스크 없는 바깥의 맨 얼굴은 가을볕에 싱그럽고 찬란하나 아직 우리는 마음껏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어둡고 우울하며, 폐쇄된 실내에서 축축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음은 세상이 그만큼 평등하지 않으니 `자유'는 개뿔. 게다가 갈수록 더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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